(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0일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열흘 앞으로 다가온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으로 삼아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런 처벌 유예조치는 전날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건의를 당·정·청이 수용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게 사실이다. 국회가 '주 52시간 근무'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은 지난 2월 27일이다.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근무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하고 인력도 확충해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이를 하나씩 정리해나가려면 4개월로는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그것도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묘안을 찾기란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산업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행하면 자칫 범법자가 양산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기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당·정·청이 처벌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것은 당연하고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계도 기간 설정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노동시간을 줄여 노동자 개인의 행복감을 높이고 일자리도 나누자는 큰 틀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갈등과 혼란은 최소화하도록 보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 교육·출장·회식의 근무시간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현장의 혼란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 포함 여부 등에 대한 유권해석을 해줘야 하는 고용부는 업종별 노동실태를 지금보다 훨씬 세밀하게 파악해 둬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앞두고 큰 혼란이 예고된 노선 버스 운행과 관련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
탄력근무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가 앞으로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유연근무제 활용도를 높이려는 추세다. 그렇지만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간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 취업규칙 변경, 서면 합의 등이 필요하다. 고용부가 곧 유연근무제 활용 매뉴얼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모호한 기준으로 혼란의 불씨만 키웠던 지난번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계도 기간이 설정된 마당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사 간 이견이 노출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재검토는 물론 연속근무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IT)·건설 등의 업종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하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