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위기 상업적 이용 부적절" vs "참상 용기있게 알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의류업체 베네통이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사진을 자사 광고에 이용해 도마 위에 올랐다.
베네통은 최근 온라인과 신문 등에 지중해에서 구조된 여성 난민들이 아기를 업고 있는 장면, 구명 조끼를 입은 채 고무 보트에 타고 있는 남성 난민들을 담은 사진의 구석에 자사 로고가 박힌 광고를 선보였다.
그러자,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이 광고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광고에 활용된 사진 중 하나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자선단체 'SOS 메디테라네'는 19일(현지시간) "우리가 지난 6월9일 지중해에서 조난 당한 사람들을 구조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을 동원한 (베네통의)광고와 우리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적 비극은 어떤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입항을 거부해 스페인으로 뱃머리를 돌린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를 운영하는 난민 구조 비정부기구(NGO)다.
아쿠아리우스 호의 이탈리아 진입 불허 결정을 내린 장본인인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나만 이 광고가 '추잡하다'고 느껴지는가"라는 트윗을 날려,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들의 고초를 드러낸 이번 광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살비니 장관이 속한 극우정당 '동맹'은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를 선보인 베네통에 불매 운동을 선포했다.
이탈리아의 한 소셜 미디어 이용자는 "베네통은 이탈리아 중부의 지진 희생자들을 위해 광고를 한 적이 없다"며 베네통이 자국민의 피해엔 무심한 채 아프리카 난민들에게만 연대를 표현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중해에서 거부당하는 무고한 난민들의 고난에 우리 모두 공범"이라며 정치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의 노고와 이런 실상을 용기있게 알린 베네통이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번 광고를 기획한 이탈리아 사진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는 "(지중해에서)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려 했을 뿐"이라며 "선하고, 정직하고, 관대한 사람들의 나라였던 이탈리아가 이제 이기적이고, 둔감한 사람들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베네통은 과거에도 에이즈 환자, 백인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흑인 여성, 이집트 이슬람 지도자와 입을 맞추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을 전면에 등장시킨 논쟁적인 광고들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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