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순 "유력 대권주자? 당선증 잉크도 안 말라"

입력 2018-06-20 20:29  

[인터뷰] 박원순 "유력 대권주자? 당선증 잉크도 안 말라"
"6·13 선거는 촛불혁명 과정…10년 혁명 완수할 것"
"서울시 정책 전국화 주력", "저도 페미니스트…성평등계약제 올해 도입"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박성민 박초롱 기자 =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의 혁신과 변화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혁신은 풀뿌리 지방정부에서 일어나야 한다"며 앞으로 4년간 서울시 정책의 혁신과 전국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2년까지 10년간 서울을 이끌게 된 박 시장은 2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7년간 열심히 했지만, 여전히 서울시는 (다른 지방정부·중앙정부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생산해 내야 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대권 도전 여부를 묻자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선거기간만 딱 떼어놓고 보면 쉬운 선거 같은 착시효과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촛불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시민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문답.

--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서울시에선 구청장 당선자 25명 중 24명이 민주당, 서울시의회 110석 중 102석이 민주당이다.
▲ 이번 선거는 민심을 외면한 분단과 냉전에 기대는 수구 보수세력에 대한 심판이다. 민심은 평화를 선택했다. 냉전세력이 주창해온 이념논리는 퇴출당했고, 내 삶의 문제를 분명히 해결해달라는 민심의 요구는 더욱 선명해졌다고 본다.

--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돼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 선거는 언제나 비장하고 엄숙하다. 상대 후보들이 전국적 인물이었다. 특히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대선 후보로 상당한 위상을 갖고 있으니 가볍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 '박원순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많다.
▲ 운이 좋은 점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개인적 역량이 있어도 흐름이나 구도가 잘못 짜이면 어렵다. 제가 시민들에게 신뢰받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본다. 6∼7년간 삶의 변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만들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세계적인 모델이 됐다고 생각한다.



-- 그간 취약한 당내 기반이 약점으로 지적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야전사령관'으로 활동하며 자리를 확실히 잡았다고 보나.
▲ 그런 계산은 없고, 못한다. 민주당과 하나 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은 민심의 명령이자 평화시대를 열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당과 전면적으로 결합해 선거를 치렀다.

-- 당내 경선 때는 '고난의 길'을 걷지 않고 '꽃길'만 간다는 비판도 있었다.
▲ 3선에 도전하기까지 나름의 깊은 고뇌와 정치적 결단이 있었고, 앞으로 10년 혁명을 완수하는 길도 쉽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거기간만 딱 떼어놓고 보면 쉬운 선거 같은 착시효과가 있지만, 이번 선거는 촛불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앞으로의 10년 혁명을 완수하는 길도 쉽다고는 생각 안 한다.
저는 촛불 시민혁명 과정에서는 광장을 지켰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수도권 유일한 야당시장으로서 탄압을 견뎌냈다. 수구 보수세력의 공격에 버티며 서울시는 혁신과 변화의 꽃을 피웠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는 서울시가 검증한 정책과 인물을 대거 수혈했다. 당을 위하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도 당을 위한 기여라고 생각한다.



- 3선 성공 이후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많다. 대권 도전 여부는.
▲ 당선증에 잉크도 안 말랐는데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만을 위한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 중앙정부의 혁신과 변화는 쉽지 않기에 혁신과 변화는 풀뿌리에서, 지방정부에서 일어나야 한다. 서울시는 전국 지방정부의 맏형이다. 서울시가 그간 펼쳐온 혁신 정책들은 다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 하나의 모델이 돼 왔다. 지난 6∼7년 열심히 했지만, 여전히 새로운 모델을 생산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나.

-- 견제가 대폭 줄어든 3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세운 새로운 원칙이 있다면.
▲ 저는 늘 경청과 협치를 주창해왔다. 제8∼9대 서울시의회에서도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협력이 잘 됐다. 이분들이 물론 까다로운 질문을 하고, 성명도 냈지만 크게 보면 협조했다. 앞으로는 더 조심하고 더 엄중하게 생각하겠다. 무거운 책무감을 느낀다.

-- 3기 시정을 준비하며 구상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
▲ '사람특별시서울'은 1∼3기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1기가 갈등을 넘어 혁신의 토대를 닦고 원칙을 바로 세운 시기, 2기가 개발과 토목의 도시를 사람특별시로 패러다임 전환한 시기였다면, 3기엔 더 크고 깊고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어 '10년 혁명'을 완수하겠다.
그중에서도 돌봄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도전해보고 싶다. 한국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삶에 숨통이 트이게 하고 싶다. 마곡 스마트시티를 통해서 지역형 혁신경제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 서울-평양 간 도시 간 교류협력으로 '아래로부터의 통일'을 실현하고 싶다.

--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4위를 한 것이 보여주듯 여성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강해지고 있다.
▲ 저도 감히 페미니스트라 자처한다. 성 평등을 위해 늘 고민하고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선거 과정에서 신지예 후보의 슬로건이나 정책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청소년들이 뽑은 서울시장, 녹색당 득표율(1.7%)에 대한 정치 사회적 의미를 깊이 생각하겠다. 기업, 공공기관과 위탁계약 때 성평등·성폭력 대응을 강화하는 '성평등계약제'를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께 발표 예정인 '여성안심특별시 4.0'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각종 범죄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은 물론, 미투 운동으로 부상한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담아낼 생각이다. 정의당, 녹색당, 우리미래당 후보 등 개성 있는 주장을 했던 젊은 후보와는 따로 간담회를 했으면 좋겠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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