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문재인 정부가 외교의 한 축으로 내세우는 신남방정책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내세우는 신동방정책(액트 이스트)의 접점을 찾고자 양국 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20일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인도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파운데이션(ORF)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 외교부 후원으로 열린 '한-인도 공공외교 대화'에서 양국 학자들은 정치·안보, 경제·산업, 인적 교류 등 여러 측면에서 양국 관계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연세대 백우열 교수는 "인도의 관점에서 인도-중국이나 인도-일본 관계에 비해 인도-한국 관계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관계"라면서 "특히 인도와 일본 사이 연례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 간 많은 접촉은 한국-인도와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이어 전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인도와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중대한 외교 축의 중심국가로 내세운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모디 정부의 신동방정책에서 한국이 중요한 대상국의 하나임에도, 한국은 신동방정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경제, 안보, 상호 이해의 측면에서 양국이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수년 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인도의 신동방정책을 융합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정치안보 문제에서 한국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인도의 지지를 구하고, 인도는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도 국방연구분석원(IDSA)의 동아시아 센터장 자간나트 판다 박사는 "인도와 한국의 외교정책에서 중국의 부상은 공통 관심사"라며 해상 경계 분쟁, 인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가입과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등 지역적 경제통합, 인도가 추진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 유엔 개혁, 테러, 사이버 범죄 등을 양국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주제로 언급했다.
판다 박사는 또 도착비자 도입을 통한 관광 진흥, 싱크탱크 간 교류 활성화, 사이버 범죄 공동 대응, 국회의원 상호 방문 등을 제안했다.
박영렬 연세대 교수는 양국 산업 협력과 관련해 제조업뿐 아니라 한국의 서비스업과 인도의 제조업이 결합한 '스마트시티', 한국 제조업과 인도 IT(정보기술) 서비스업이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양국의 IT 서비스업이 결합한 '디지털 인디아' 등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제안했다.
주미얀마 인도 대사 등을 지낸 V.S. 세샤드리 박사는 "한국과 인도의 무역에서 한국의 수출은 많이 증가했지만, 인도는 강점인 제약산업 등에서 한국의 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지역 본부장은 "한국의 대인도 수출 증가는 한국기업들의 인도 진출로 인해 철강 등 소재와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늘어난 부분이 크다"면서 "한국은 내수 위주의 인도 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 노하우 공유를 추진할 뜻이 있다"고 답했다.
박은하 공공외교대사는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최근 북미 정상회담 등의 경과를 언급하고 이들 대화에 인도 정부가 보여준 환영에 감사를 나타내며 "한국과 인도의 번영을 향한 비전이 결합하면 양국의 특별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