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인도적이라는 국내외 비난이 확산하면서 불법 이민자 '부모-아동 격리'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이미 미국 내에 들어온 불법 체류자(불체자)들을 겨냥한 대대적 단속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불체자 단속을 맡고 있는 연방기관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오하이오 주 샐럼에 있는 한 육류가공 공장을 급습해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불체자 146명을 체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체자들에 대한 단일 체포작전 연행자로는 최대 규모라고 미 공영라디오 NPR 등이 전했다.
이민국 단속요원들은 공장 앞마당에 흰색 작업복을 입은 이민자들을 수십 명씩 줄지어 세워놓고 체류지위 증명 서류와 전과 기록을 확인한 뒤 불체자로 분류되면 연방 구금시설로 압송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ICE는 지난 4월 테네시주에 있는 육류가공 공장에서도 이민자 96명을 체포한 바 있다. 최근 급습 작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하이오 주의 조경업체 두 곳에서도 2주 전 불체자 체포 작전이 펼쳐져 114명이 연행됐다.
ICE는 "오하이오 주 북부 '프레시 마크' 육류가공 공장에 대해 1년 가까이 내사를 벌여왔다. 고용주가 불체자인줄 알면서도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피고용자 상당수가 위조된 미국 시민증 등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부는 프레시 마크 공장 측이 연방기관과 일종의 계약을 맺고 불체자를 적발하는 작업에 협력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 ICE 특별조사팀의 스티브 프란시스는 그러나 "불체자 불법 고용은 이민자들을 우리 국경을 넘어 끌어들이는 자석과도 같다"면서 "불법 이민자인줄 알고 고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머스 호먼 ICE 국장대행은 불법이민자를 적법한 기준 없이 고용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체포 작전으로 불체자들 사이에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민자 정착을 돕는 현지 종교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아내가 체포됐다는 한 남성은 두 살 미만 영아 둘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오하이오 주 이민단체 '홀라'의 사무국장 베로니카 댈버그는 "커뮤니티 전체에 공포가 만연해 있다. 이런 정책은 라티노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지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