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작은 키 약점 딛고 오페라 본고장 정상에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성악가 연광철(53)이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캄머쟁어(Kammersaenger·궁정가수)' 호칭을 받는다.
21일 오페라계에 따르면 그는 이날(현지시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으로부터 캄머쟁어 호칭을 받는다.
캄머쟁어는 최고의 예술가에게 공식 부여되는 장인 칭호다. 왕정 시대 때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수여했던 것으로, 당시에는 호프캄머쟁어(Hofkammersaenger)로 불렸다.
오늘날에는 뛰어난 활동과 공로를 남긴 성악가를 기리기 위해 독일 주 정부 차원에서 수여한다.
동양인 성악가의 캄머쟁어 선정은 현지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1742년 설립된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은 그 역사와 수준으로 독일 오페라를 상징하는 명문 극장 중 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부터 7월 2일까지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에 출연하는데, 이날 무대가 끝난 뒤 커튼콜에서 캄머쟁어 칭호 수여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충주 외딴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연광철은 공고와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했다. 불가리아 소피아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뒤 20년 넘게 혼자 맨몸으로 부딪히며 정상급 성악가로 우뚝 섰다.
1993년 파리 국제 플라시도 도밍고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전속 단원으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활동했다. 독일 바이로이트·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영국 로열코벤트 가든 등 세계 주요 오페라하우스를 누빈다.
특히 한국인 성악가 중 보기 드문 '바그너 전문 가수'로 이름을 떨쳤다.
171㎝ 단신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깊은 저음과 카리스마, 정확한 작품 해석으로 '거인처럼 연기한다'는 평을 받는다.
한편, 한국인 성악가 중에는 전승현이 지난 201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국립극장에서 이 칭호를 받은 바 있다. 무용가 중에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2007년 '캄머탠처린'(궁중무용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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