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묵하지 않는다·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 = 델핀 미누이 지음.
한 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시리아 내전의 중심 도시 다라야의 청년들이 무너진 폐허에서 찾아낸 1만5천여 권의 책으로 피난처를 만들었다.
2015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한 장으로 시리아 내전 한복판에서 지하 도서관의 존재를 접한 저자는 독재의 포탄에 맞서 도서관을 지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단번에 매료된다.
도서관 공동 설립자인 아흐마드 무자헤드는 내전이 발발하기 전 축구와 영화를 좋아하고 기자가 되는 게 꿈이던 다마스쿠스대학교 평범한 학생이었다.
청년들은 포탄을 뚫고 지하 도서관에 모여 끊임없이 책을 읽고 강의를 열고 대화를 나눈다. 책은 참혹한 전쟁터에서 절망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정신을 고양하는 이들의 놀라운 경험을 그린다.
독서 목록에는 셰익스피어와 몰리에르의 희곡,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 마르셀 푸르스트와 남아프리카 소설가 쿠체, 니자르 카바니의 사랑에 관한 시와 역사학자 이븐 카임의 저서들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20여 년간 이슬람 지역을 다니며 중동 각국 사회적 이슈를 취재해온 프랑스 저널리스트로 현재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 특파원이다.
그는 2016년 8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인터넷 영상전화 스카이프를 통해 다라야의 청년들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책으로 만든 수프. 정신을 살찌우려고 미친 듯이 읽어댄 그 모든 책. 이 도서관은 포탄에 맞서는 그들만의 은밀한 요새였다. 책은 대중 교육을 위한 무기였다."
더숲 펴냄. 임영신 옮김. 244쪽. 1만4천원.
▲ 나는 침묵하지 않는다 = 오리아나 팔라치 지음.
'전설의 여기자'로 불렸던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오리아나 팔라치의 자서전.
팔라치는 생전에 자서전을 남기지 않았고 저서, 강연, 인터뷰, 메모, 편지 등에 담긴 말과 글로 엮어냈다.
그는 베트남 전쟁, 중동 전쟁, 아프가니스탄 내전, 방글라데시 전쟁 등 세계 곳곳의 전쟁터와 분쟁지역을 누볐으며, 야세르 아라파트, 인디라 간디, 빌리 브란트, 아야툴라 호메이니, 헨리 키신저, 덩샤오핑 등 수많은 권력자를 인터뷰했다.
차도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말라는 이란 이슬람혁명 정치지도자 호메이니 앞에서 차도르를 벗어 던졌다는 팔라치. 그의 공격적인 인터뷰는 '팔라치 스타일'로 불렸다.
팔라치는 1929년 태어나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아버지의 영향 속에서 자라나 어린 시절부터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다. 원래 작가가 되려다 1950년 기자가 됐다. 파란만장한 삶을 보내고 2006년 77세 일기로 사망했다.
책에는 기자생활, 갖가지 체험담, 인터뷰 후일담, 연인 알레코스와의 추억, 암 투병 등이 생생하게 담겼으며,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따뜻한 인간미도 엿볼 수 있다.
행성B 펴냄. 김희정 옮김. 288쪽. 2만2천원.
▲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필립 마티작 지음.
고대 로마인들의 삶은 어땠을까. 14대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집권한 서기 137년 늦여름 로마의 어느 하루를 평범한 24명의 로마인의 생활을 통해 실감 나게 재구성한다.
모두 잠든 밤을 책임지는 순찰대원부터 아침식사를 책임지는 제빵사, 주인마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여종, 아픈 아기를 돌보는 엄마, 후견인을 만나러 가는 상원의원,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는 소녀,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목욕탕 종업원, 환호 속에 검을 뽐내는 검투사까지.
로마인들의 분주한 일상은 오늘날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 못지않다.
당시 로마는 메소포타미아에서 에스파냐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거대 제국이었으며 권세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국의 영광은 잊은 채 집세와 신선한 식료품을 구하고 집과 일터에서의 갖가지 일상사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저자는 옥스퍼드 세인트존스칼리지에서 고대 로마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40년 동안 로마 시대를 연구하고 가르쳤다.
그는 로마인들을 결점도 있지만 엄청난 에너지와 확고한 신념, 진취적 영혼을 가진 낙관주의자로 그려낸다.
매경출판 펴냄. 이정민 옮김. 356쪽. 1만7천원.
▲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 하노 벡, 알로이스 프린츠.
독일의 인기 있는 경제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하노 벡이 쓴 행복론.
전공 분야인 경제학을 넘어 철학, 생물학, 심리학, 통계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행복의 기원에서부터 삶에서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자본주의는 어떻게 행복을 다루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일곱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억세게 재수 좋은 사람과 온종일 명상으로 마음을 갈아닦아 뇌에서 일반인보다 세 배나 많은 감마파를 생성하게 된 티베트 불교 승려를 비교함으로써 행복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가지로 구분했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쾌락이나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긍정적 감정을 '헤도니아', 삶에 대한 오랜 성찰과 관조를 통해 도달하는 만족감을 '에우다이모니아'라 불렀다.
현대적 진화론의 렌즈로 행복을 관찰하기도 한다. 자연과 진화는 인간에게 생존과 번식을 위해 더 빨리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보상으로 행복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은 상대적이고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산초당 펴냄. 배명자 옮김. 308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