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거 70주기 앞두고 답사기 '백범의 길'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9년은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3·1 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다.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백범 김구가 서거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신간 '백범의 길'(아르테 펴냄)은 김구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걸으면서 그의 행동과 사상, 당시 시대상을 돌아보는 작업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역사학자, 정치학자 8명이 길잡이를 맡았다. 김구가 한반도와 드넓은 중국을 활보했던 만큼, 먼저 나온 국내편만 해도 서울·경기·인천과 강원·충청·전라·경상편 2권으로 구성됐다.
책은 광복 후 김구의 정치 활동 중심지였고 안두희에게 피살된 장소인 서울 경교장부터 구한말 탈옥한 김창수(김구 옛 이름)가 옛 동지 김형진을 만나러 떠난 전주 남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구석구석을 지역별로 돌아본다.
김구가 자주 찾은 이승만 거처 돈암장(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은 우리 현대사를 떠받친 두 거두의 관계를 상징한다. 1948년 한민당 인사 피살 사건 증인으로 소환된 김구가 "나는 왜놈 이외에는 죽일 리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던 미군정청 회의실은 이제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김천 월곡마을 도로 아래, 이제는 형체도 제대로 남지 않은 거북바위는 1900년 이 마을에 은거하던 탈옥수 김창수가 '김구'(金龜)로 개명하게 된 사연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1912년 이름을 다시 '김구'(金九)로 바꾸었다.
공사 구분에 엄격하면서도 정리(情理)를 잊지 않았던 그의 면모도 읽을 수 있다. 함경도에 거짓 금광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독립 자금을 전달했던 용성 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김구가 환국 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찾은 곳이 대각사였다는 이야기 등이 이를 보여준다.
(사)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가 기획한 '백범의 길' 답사기는 구한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 없던 한반도 근현대사를 더듬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중국 학자들도 참여한 중국 편이 나온다. 협회는 김구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망명 전까지 머물면서 일제에 항거했던, 또 환국 후 통일을 열망하며 삼팔선을 넘었던 북녘땅 답사기도 구상 중이다.
서울·경기·인천편 352쪽. 강원·충청·전라·경상편 292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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