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작은 얼굴, 장난기 가득한 표정 뒤에는 다양한 모습이 숨어있다. 눈빛과 말투만 살짝 바꿔도 곧바로 서늘한 악역으로 바뀐다.
영화 '궁합', 드라마 '쌈 마이웨이' 등에서 반전 매력을 보여준 최우식(28)이 액션 전사로 돌아왔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를 통해서다.
그는 여고생 자윤(김다미) 곁을 맴도는 미스터리한 남자 귀공자 역을 맡았다. 귀공자는 사람을 죽이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냉혈한이지만, 유독 자윤에게만 이유를 알 수 없는 적개심을 드러낸다.
21일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저한테 이 배역이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어요. 시나리오에서 귀공자는 차갑고 딱딱하면서도 제게는 없는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었거든요.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죠."
여고생 자윤을 둘러싼 음모 등을 그린 이 작품은 귀공자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최우식은 그런 캐릭터에 특유의 발랄하고 개구진 모습을 녹여내 그만의 귀공자를 완성했다.
그는 생애 처음 강도 높은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촬영 전 3개월간 매일 5시간 이상 트레이닝을 받았다. 총을 쏘고, 와이어에 매달려 날아다니는가 하면 벽에 처박히기도 한다. 무술 일인자의 벽을 결코 넘지 못하는 이인자 액션이다.
"정말 액션 연기는 '제로'에서 시작했어요. 여태까지는 만날 맞고 도망 다니는 액션만 했거든요. 표정 없이 벽을 때리고 발차기를 하기가 절대 쉽지는 않았죠. 그래도 영화를 보니 어느 정도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신인 배우 김다미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들려줬다. 일면식이 없던 두 사람은 촬영에 앞서 액션 스쿨에서 처음 만났다.
"굉장히 신선했어요. 신인이어서 긴장했을 텐데도 연기를 너무 잘해 깜짝 놀랐죠. 심지어 '너는 어디 있다가 이제 왔느냐'고 제가 물어볼 정도였어요. 몇 년 뒤에는 훨씬 더 좋은 연기자가 돼 있을 것 같아요."
캐나다 출신인 최우식은 2011년 MBC 드라마 '짝패'로 데뷔해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등에 출연하며 주목받았다. 이어 영화 '거인'(2014)으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부산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들꽃영화제 신인남우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는 연기력이 꽃피기 시작한 그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고 했다.
"제가 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갑자기 한꺼번에 여러 상을 받다 보니 다음 작품에는 더 좋은 모습,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척 컸죠."
'거인'은 그의 연기 인생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줬다. 유명 감독들이 그 작품을 본 뒤 러브콜을 보낸 것. 이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올해는 '궁합', '마녀'에 이어 '물괴', '사냥의 시간' 개봉을 앞뒀다. 현재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패러사이트'를 찍고 있다.
"제 주변 동료들은 너무 장르 불문하고 다작하는 것이 아니냐, 또 너무 지질한 배역만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해요. 저는 당장 대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미래에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자주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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