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난민 극우세력 부상에 이견 뚜렷…'비세그라드 4개국' 불참 선언
이민자관리·국경통제 강화 등 타협책 모색…'난민 포용적' 메르켈 구할까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난민 정책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미니 정상회의'를 열어 해법 모색에 나서지만 성과를 낼지 불투명하다.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으로 난민 포용 문제를 둘러싼 이견과 대립이 EU 회원국 간은 물론 일부 회원국 안에서도 뚜렷해서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이번 EU의 비공식 정상회의에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몰타, 불가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9개국이 참가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난민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 소집한 회의이지만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이른바 '비세그라드 4개국(V4)'은 불참을 선언했다. V4는 의무적인 난민 할당에 반대하며 난민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는 나라다.
이번 비공식 회의 개최는 오는 28∼29일 예정된 EU 정상회의를 위한 정지작업 차원으로 풀이된다. 난민 해법의 가닥을 잡아 전체 회의에서 공식화하고 EU 분열도 어느 정도 봉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난민 포용적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정치적 생명줄'을 던지려는 의도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 기독사회당 대표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반(反)난민을 외치며 메르켈 총리와 대립, 독일 연정이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EU가 결속하면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민 사태에 직면한 국가별 실정이 다르고 이데올로기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단일 대오'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을 비롯한 우파세력은 다른 EU 국가에서 유입되는 난민을 되돌려 보낼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과 같은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포진한 국가에서는 비정부기구(NGO)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는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올해 4월 총선에서 우파 민족주의와 반난민 정서를 자극, 4선에 성공한 기세를 몰아 반난민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여당이 장악한 헝가리 의회는 지난 20일 난민을 돕는 개인이나 단체 관계자들에게 최고 1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의 '반난민법'을 의결했다.
EU 미니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 초안에는 EU의 역외 국경·해안 경비를 담당하는 프론텍스를 EU 국경 경찰로 바꾸고 인원도 2020년까지 1만 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겨있다.
또 망명 신청자가 EU의 다른 국가로 이주하는 '2차 이동'을 막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공동선언문을 도출하는 데는 진통이 예상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초안에 유럽 국경지역에서 난민 자격이 거부된 난민들은 처음 도착한 유럽 국가에 다시 수용돼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자 이에 반발하며 한때 회의 불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유럽행 난민 대다수가 처음 도착하는 관문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우리를 도와주기는커녕 더 많은 난민을 이탈리아에 보낼 생각이라면 우리는 (정상회의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