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10만명] ① 진학률 낮고 지원정책도 '부실'

입력 2018-06-25 08:30  

[다문화학생 10만명] ① 진학률 낮고 지원정책도 '부실'
고교생 1만명 넘었지만 대학 진학률 일반 학생보다 15% 낮아
심리적으로도 위축…관련 법·정책 분산돼 효율적 지원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국제결혼과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 진출을 앞둔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라고 하지만 따져보면 평범한 한국 청소년이다. 아이돌에 열광하고 학교 성적에 전전긍긍하며 부모님의 잔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잘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알지 못해 고민한다.
주변에서는 이들이 이중언어 구사력, 문화적 포용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글로벌 시대 다양한 분야에서 빛날 수 있는 인재가 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고 치켜세운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다문화 청소년의 상당수는 조금 다른 생김새와 말투, 관심 부족 등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당당히 말하기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국내 출생이 아닌 다문화 청소년은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불법체류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 자녀나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건너온 중도입국 자녀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떠돌고 있다.
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내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다문화 정책의 중심이 결혼이주여성에서 자녀에게로 옮겨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다문화 청소년 진로 교육과 취업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학 진학률 낮고 5명중 1명은 니트족
25일 교육부의 '2017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 수는 전년보다 10.3%(1만201명) 증가한 10만9천387명이다.
다문화 학생이 10만 명을 넘어선 것은 관련 조사를 시행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이 75.6%(8만2천733명)로 가장 많았으며 중학생은 14.6%(1만5천945)였다.
고등학생도 9.4%(1만334명)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다문화 학생 증가는 진작에 예견된 현상이지만 이들이 처한 교육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다문화가족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다문화 가족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초등학교 97.6%. 중학교 93.5%, 고등학교 89.9%, 고등교육기관 53.3% 등이다.
국민 전체의 취학률과 비교하면 초등학교는 격차(0.9%p)가 거의 없으나 중학교(2.8%p), 고등학교(3.6%p)로 갈수록 커진다.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의 진학률 격차는 14.8%p에 달한다.
다문화 청년(만15세∼24세)의 재학과 취업 여부를 교차 분석한 결과 전일제 학생(54.8%) 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도 하지 않은 니트(NEET)족(18%)으로 분석됐다.
특히 외국에서 생활하다 우리나라로 들어온 중도입국 자녀는 니트족 비율이 32.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자란 다문화 자녀(10.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 교육열·자긍심 낮아…산발적 정책에 효율성도 떨어져
다문화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도 크게 움츠러들어 있다.
다문화 가족으로서의 자긍심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3.38점으로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등급인 4점에 훨씬 못미쳤다.
성, 연령, 출신 국적, 성장 배경과 관계없이 평균 4점 이상인 다문화 자녀 집단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의 희망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10.3%, 전문대 25.9%, 4년제 대학이 52.3%, 대학원 11.5%로 조사됐다. 4년제 대학의 경우일반 청소년보다 14.5%p나 낮다.
외국계 부모의 나라에서 공부할 의향을 묻는 항목에서도 긍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은 28.5%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들의 교육·취업 상황을 개선하고자 2016년 다문화가족 자녀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문화 청소년 지원 제도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문화 청소년 관련 법은 다문화가족지원법, 청소년복지지원법,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에 조금씩 포함돼 있고, 지원 정책도 다문화가족기본계획, 청소년정책기본계획, 외국인정책기본계획 등에 나뉘어 있어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다문화청소년 종단조사 및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는 "다문화청소년정책에 대한 사회 공통의 합의된 원칙 및 방향이 부재하다"며 "정책을 중심적으로 끌고 갈 추진체계가 부재해 부처별로 연계성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부처에서 기획한 의도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자의적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경우가 다수 있고 '결핍'에 초점을 둔 사업들이 많아 다문화 청소년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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