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 관광시간 제한 방침…주민들 "실효성 없다" 반발

입력 2018-06-22 18:08  

북촌한옥마을 관광시간 제한 방침…주민들 "실효성 없다" 반발
"한옥마을로 묶어 관광지 만든 탓에 피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관광객이 몰려 고통받는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겠다며 '관광 허용시간'을 도입을 발표하자 북촌 주민들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강제성 없는 미봉책이라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22일 종로구 웰니스센터에서 지난 14일 발표한 '북촌 한옥마을 주민피해 개선 대책안' 설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으나, 북촌 주민들의 성토장이 됐다.
서울시가 만든 대책의 핵심은 관광 허용시간 도입이다. 북촌로11길 일대 관광을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일요일은 아예 '골목길 쉬는 날'로 지정한다.
그러나 개별 관광객들의 마을 진입을 강제로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 지킴이'가 마을 입구에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시간 관광을 자제하라는 안내를 하는 방식이다.
북촌 한옥마을의 하루 관광객은 1만여 명이며 60%가 오전 11시∼오후 6시에 방문한다. 오전 6시 이전 방문객은 11%, 밤 9시 이후 방문객은 5%가량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서울시가 주민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언론에 먼저 관광허용 시간 도입을 발표했다며 "마을 방문 시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가 개별 관광객을 일일이 다 통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북촌 지구단위계획 폐지를 주장한다.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는 탓에 건물 중축·신축·개보수 절차가 복잡하고 한옥 외 다른 건물이 들어오기 어렵다.
주민 김연주 씨는 "북촌은 주민 의지와 관계없이 서울시가 한옥보존지구로 구획화한 뒤 관광지로 홍보해 주거지임에도 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곳이 돼 버렸다"며 "(관광객 피해에 따른)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규제와 의무만 강요한다"고 말했다.
한 북촌 주민은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보자는 토론회는 2016년, 2017년에도 있었고 올해 4월에도 열렸다"며 "계속 토론회만 열었을 뿐 시행된 것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북촌 주민들은 여러 차례 "이곳이 관광지입니까, 주거지입니까?"란 구호를 외치며 관광보다는 주거정책을 제대로 세워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일단 다음 달 1일부터 관광시간 제한과 관광버스 불법주차 단속 등 대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용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이 재정비 작업에 들어갔으나, 완료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며 "그 사이 주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은 시행해야 한다. 일단 관광시간 제한을 시행해보고 효과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에선 무료 방문지를 골라 찾아다니는 지금의 관광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강열 한국관광통역사안내협회 사무국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여행사 수지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면세점 방문·쇼핑으로 수익을 충당한다"며 "그러다 보니 무료 관광지에 관광객이 몰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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