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최고운영자, 지지부진한 브렉시트 협상에 경종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유럽 항공우주산업 거대기업인 에어버스가 지지부진한 브렉시트(Brexit) 협상에 지쳐 영국에 대한 투자 중단을 경고했다.
톰 윌리엄스 에어버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명료성이 없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어버스는 영국 내에서 1만4천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체를 고려하면 11만명의 고용과 연관돼 있다.
영국 북웨일스와 포츠머스, 브리스틀, 스티브니지 등에 공장을 가진 에어버스는 영국 세수에도 연간 17억 파운드(한화 약 2조5천억원)를 기여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내년 3월 브렉시트 이후의 안전인증 문제, 통관 불확실성 등을 우려해 현재 영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항공기 날개 등을 중국이나 미국,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윌리엄스 COO는 이미 '하드 브렉시트'를 대비해 부품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며 만약 영국이 EU와 별도의 무역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노-딜(no-deal)' 브렉시트시 "영국 내 투자와 영국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질서있는 브렉시트를 수행하더라도 에어버스는 EU와의 새로운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때까지는 영국에 대한 사업기반 확대를 보류할 예정이다.
에어버스는 3주 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의 발표는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제조업체가 영국 내 투자 중단을 경고한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
윌리엄스 COO는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라 엔지니어이며, 이런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고객과 주주, 종업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에어버스의 입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내 제조업체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아야 하지만 이는 '하드 브렉시트' 세력이 반대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에어버스의 우려에 대해 알고 있으며, 기업들의 일자리 축소를 막을 수 있는 브렉시트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기업들이 우려를 전하면 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옳다"면서 "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해서 (EU와) 가능한 한 자유롭고 장벽이 없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좋은 협상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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