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생 10만명] ② "다양한 체험하다 길을 찾았어요"…당찬 그들

입력 2018-06-25 08:30  

[다문화학생 10만명] ② "다양한 체험하다 길을 찾았어요"…당찬 그들
추건욱·정지애·김승희 씨 인터뷰… "나한테 잘 맞는 분야 선택이 중요"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사실 한국에 올 때도 부모님이 오라고 해서 온 거였어요. 하고 싶은 게 따로 없었으니 당연히 방송·미디어 분야에 관심도 없었고요. 여러 가지 체험을 해봐야 뭐가 좋고 싫은지 알 수 있어요. 다양하게 경험하다 보니 방송 관련 일이 너무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25일 만난 다문화 청소년 추건욱(20), 정지애(19), 김승희(20) 씨는 똑 부러진 말투로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술술 이야기할 줄 아는 멋진 청년이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로 지내며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을 떠올릴 때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기말고사 성적, 자격증 준비, 직장에서의 진급 등을 걱정하는 모습은 또래들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추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인 '레인보우 합창단'의 창단 멤버이다. 호텔 경영에 관심이 많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중국인 부모를 둔 정 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1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한국어와 진로 교육을 동시에 받으며 대학 입학을 준비했다. 미디어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올해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들어갔다.
어머니가 필리핀인인 김 씨는 공부보다는 빨리 취업을 하고 싶어 다문화대안학교인 서울다솜관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카페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일을 하는 탓에 김 씨는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명은 모두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은 케이스다.
정 씨는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꿈을 잡(Job)아라'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체험 활동을 했었는데 스토리도 직접 짜고 직접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다보니 '이거다 싶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식음료 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상하게 관련 과목의 성적이 잘 안나왔다"며 "잘하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고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에서 받은 장학금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바로 입사 원서를 넣었다"고 말했다.
추 씨는 "중학교때부터 호텔 경영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며 "경영학과에 합격했다고 했더니 부모님이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하시며 매우 놀라시더라"고 웃었다.
미래를 정한 이들은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었다.
추 씨는 고등학교 때 따놓은 일본어 자격증 갱신을 위해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고, 정 씨는 대입 때 많은 도움을 많은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 매장 관리 등 사무적 일을 하려면 컴퓨터를 잘 쓸 수 있어야 할 것 같아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시험을 준비 중이다.
외국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이점을 살려 언어 쪽으로 진로를 정하면 비교적 '쉬운 길'을 갈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다들 고개를 저었다.
추 씨는 "어머니께서 굳이 했던 걸 왜 또 하느냐고 하셨고 다른 걸 배우며 여기에 일본어 능력을 접목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중국에서도 중국어를 계속 배웠는데 한국에 와서 또 중국어를 배워야 하나 싶었다"며 "도전성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영어를 하시니 저도 영어는 어느 정도 해서 처음에는 통역 쪽으로 가볼까도 생각했다"며 "관광 통역사 자격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관심이 떨어졌고 준비 기간이 짧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 부러움을 사는 이들이지만 '다문화'라는 말이 이들에게 언제나 반갑지만은 않다. 남들과 조금 다른 배경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 씨는 "사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와 같이 살자고 하셨는데 2년 가까이 고민을 했다"며 "한국 사람은 중국 사람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말도 들었고 한국말도 잘 못 하고 내성적인데 친구는 어떻게 사귀고 강의는 어떻게 듣고 시험은 어떻게 칠지 상상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제 피부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까매서 거리를 두는 애들도 많았다"며 "사실 일반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다문화 대안학교를 선택한 것도 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추 씨는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 수업을 들으면 좀 정열적인 선생님들은 비속어까지 섞어가면서 노골적으로 일본에 대해 비판하셨다"며 "어떻게 보면 나랑은 큰 상관도 없는데 뭔가 너무나 불편했다"고 회상했다.
다문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은 최근 크게 이슈가 된 제주도 난민 수용 논란을 비롯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또렷하게 의견을 말했다.
추 씨는 "한국 사람도 세계인들이 보면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며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 '너랑 나랑은 다른 사람이다'고 인정하고 특별 취급·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 씨도 "최근에 학교에서 함께 발표 수업을 준비하던 중국인 학생이 중간에 중국으로 가버린 일이 있었는데 일부 아이들이 '중국 애들은 그렇지'라고 욕하는걸 들었다"며 "잘못한 사람들은 일부가 아닌가. 큰 맘 먹고 한국에 온 사람들을 다 같이 묶어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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