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요 정치인들, JP 영정 앞에 고개 숙여
문대통령 조화 보내…이명박·노태우 전 대통령 조화도
장례위원장 이한동·강창희…27일 발인·가족묘역 영면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설승은 기자 =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3일 밤늦게까지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각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줄줄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오후 7시 50분께 빈소를 찾은 이 총리는 '선배 정치인'이자 '선배 국무총리'인 김 전 총리의 빈소 한쪽에 마련된 내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머물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총리는 김 전 총리의 성대모사로 좌중을 휘어잡았던 에피소드 등 고인과 관련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약주도 여러 잔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여권 인사들은 김 전 총리의 장례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김 전 총리의 공적을 기려 정부로서 소홀함 없이 모실 것"이라고 말했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도 "고인의 가시는 길에 소홀함이 없이 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김 전 총리 측에 전달했다.
추미애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총리는 (DJP 연합으로) 정권교체라는 큰 시대적 책무를 다한 어르신"이라고 말했고, 문희상 의원은 "산업화의 기수였고, 민주화의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2년 2월까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 몸담았고, 'JP 사단'에 속하는 인사 중 상당수가 현재 한국당 소속이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지도부, 'JP 문하생'으로 정치를 시작한 정우택 의원과 이명수·홍문표·성일종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 나경원·주호영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김성태 대행은 "한국당의 큰 어른을 잃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JP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린다"며 "또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토대를 세운 업적을 기려 저희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갖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초선 의원 시절 자민련 대변인을 지낸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이날 오전 별세 소식을 듣자마자 지역구에서 제일 먼저 달려와 '준 상주'를 자처하며 빈소를 지키고 조문객을 맞았다.
정 의원은 언론 브리핑을 담당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유승민 전 공동대표, 손학규 지방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도 일제히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 전 공동대표는 조문 뒤 "이 땅에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큰 축을 담당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고 했고, 유 전 공동대표는 "평생 내각제를 신봉하고 주장해온 만큼 의회민주주의에 남다른 신념을 지닌 분이 가셔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유 전 대표는 '보수의 위기 상황에서 고인에게 배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인은 늘 작은 차이보다 큰 목표를 중시했다"며 "보수가 완전히 폐허가 된 이 상태에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큰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의 역할과 공적을 기리기 위해 JP의 아호를 따 지난 2013년 출범한 '운정회'(雲庭會) 회장을 맡고 있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이밖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용채 전 국회의원, 한갑수 전 농수산부 장관,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이태섭 전 과기부 장관, 이긍규·김종학 전 국회의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도 조문했다.
배우 정혜선씨와 성우 고은정씨도 눈물을 흘리며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또한 김 전 총리의 빈소는 수많은 조화로 장식됐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와 이 총리의 조화가 제단 옆에 높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 등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를 표했다.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의 조화에는 '근조 삼성 회장 이건희'라고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김 전 총리의 장례는 5일간 치러지며, 오는 27일 발인 예정이다.
장례위원장은 이한동 전 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장례부위원장은 정우택·정진석 의원과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긍규 전 의원 등이 맡았다.
정진석 의원은 브리핑에서 "오는 27일 발인 당일 간소하게 영결식을 거행한 뒤 청구동 자택에서 노제를 지내고 서초동에서 화장하기로 했다"며 "모교인 공주고교 교정에 잠깐 들러 노제를 지낸 뒤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가족 묘역으로 모실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박영옥 여사와 합장될 예정이다.
정진석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가족 묘역 묘비의 글씨는 원로 서예가 고강 선생이 썼고, 글은 김 전 총리가 직접 썼다"며 "총리님은 박 여사가 돌아가신 후 젊은 시절 사진을 방안에 걸어놓고 하염없이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회고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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