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1만3천명 운집…실점한 채 후반 맞자 대거 빠져나가
"손흥민 골에 희망…독일전까지 응원할 것"…대중교통 연장운행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한국 대표팀이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24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던 거리응원 인파는 아쉬운 패배에 탄식을 뱉었다.
전날 오후 6시께부터 광화문에 모인 거리응원단은 전반전이 끝난 새벽 1시께 경찰 추산 1만 3천명을 기록할 정도로 식지 않은 응원 열기를 보였다. 앞서 18일 스웨덴전 때는 광화문에 1만 7천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장롱 속 깊숙이 넣어뒀던 'Be The Reds!' 티셔츠, '붉은 악마' 머리띠 등으로 멋을 내고는, 멀리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닿을 것처럼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있는 힘껏 외쳤다.
응원단은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우리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환호하고 탄식했다.
전반 21분께 우리나라 대표팀이 멕시코 골문 앞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하자 축구팬들은 마치 용광로가 끓어 오르듯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 24분 장현수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광화문광장은 차갑게 식었다. 전반전이 끝나자 광장에 모였던 인원 상당수가 술집이 있는 번화가나 버스 정류장 쪽으로 빠져나갔다.
후반전 추가시간에 손흥민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결국 1-2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시민들은 한동안 광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머리를 감싸 쥐고 아쉬워했다.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찾은 김청운(19)군은 "장현수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농담이지만 3차전에 나오지 말라고 국민 청원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허우인(18)군은 "손흥민 골이 너무 늦게 터져서 아쉽다"면서 "그래도 첫 골을 넣고 끝나서 기분이 괜찮은 채로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이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 같다"며 웃었다.
시민들은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전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까지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경(20)씨는 "기성용이 부상을 당했지만 끝까지 뛰는 모습이 고마웠다"면서 "오늘 충분히 기회가 있었는데 과감히 슛을 때리지 못한 것 같다.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귀가 전에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거나 주최 측에서 준비한 쓰레기봉투에 집어넣으면서 광장을 깨끗하게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서울광장, 신촌 연세로, 강남 영동대로 등에서도 한국의 첫 골과 첫 승리를 염원하는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서울시는 지하철 2호선과 거리응원이 펼쳐진 곳 인근 버스 노선을 연장 운행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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