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스니스트리아 '러시아군 철수' 유엔 결의 두고 논란
친서방 몰도바 정부가 결의 주도…러시아 "증오스럽고 위험한 행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의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에 파견된 러시아 평화유지군 철수 문제를 두고 국제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엔 총회는 22일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으로부터 러시아 군인들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수를 규정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친서방 성향의 몰도바 정부가 주도해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발트 3국, 우크라이나, 캐나다 등이 함께 마련한 결의안에 대한 찬반 표결에서 투표 참여 162개국 가운데 64개국이 찬성표, 15개국이 반대표를 던지고, 83개국은 기권함으로써 결의안이 통과됐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옛 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와 아르메니아 등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쿠바 등이었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23일 논평을 통해 "프리드녜스트로비예로부터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철수하도록 규정한 유엔 총회 결의는 이 지역 분쟁 해결 진전을 훼손할 수 있다"며 "몰도바가 제안한 결의안은 증오스럽고 위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몰도바 지도부에서도 유엔 총회 결의에 대해 통일된 견해가 없다"면서 "러시아는 이 결의를 반러 정서에 기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점수를 따려는 몰도바 내 특정 정치 세력의 명백한 선동주의적 행보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몰도바 총선은 오는 11월 말로 예정돼 있다.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몰도바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몰도바 정부가 유엔 표결을 주도하면서 또 다른 반러 행보를 취했다"면서 "집권 연정은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흔들린 국내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무대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2016년 11월 결선투표 끝에 대통령에 선출된 친러시아주의자 도돈은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는 파벨 필립 총리 내각과 줄곧 갈등을 빚고 있다.
내각책임제를 통치 체제의 근간으로 채택하고 있는 몰도바에서 대통령은 제한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
옛 소련에 속했던 인구 350만 명의 빈국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과 함께 지난 2014년 6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화 노선을 걷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 성향의 공화국으로 50여만 명의 주민 가운데 약 30%가 러시아인이다.
현재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주권을 인정하는 국가는 2008년 조지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선포한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두 나라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나라의 독립도 러시아와 일부 국가를 빼곤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독립 정부도 러시아군 철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친서방 몰도바 정부가 유엔 총회 결의를 근거로 러시아군 철수 조치를 밀어붙이려 할 경우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러시아인들이 반발하면서 2014년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것과 유사한 '제2의 크림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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