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총리 5인 조문…정치인·각계인사 발걸음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4일 이틀째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보다는 다소 차분한 분위기의 빈소에는 '총출동'한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정치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 조문객들이 발걸음을 하면서 빈소 내부는 다소 붐비는 모습이었다.
'3김 시대' 주역인 김대중(DJ),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아들도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며 추도했고, 전직총리 5인도 조문 대열에 동참했다.
빈소는 고인이 한국현대사에 남긴 명암과, 크게 교차하는 공과와 관계없이 스러진 정치거목을 인간적 예를 갖추어 떠나보내며 잠시나마 혹독한 정파 간 대결과 갈등의 추위를 녹이는 사랑방 화로 같은 역할도 했다.
이날 오후 이수성·이회창·정운천·한덕수·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잇따라 빈소를 찾아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헌화했다.
'3김'을 이뤘던 YS, DJ 차남들도 이미 영면에 든 선친을 대신해 나란히 빈소를 찾았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오후 늦게 모습을 드러냈고, 김부겸 행전안전부 장관도 조문하고 JP에 대한 무궁화장 추서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경미 원내대변인과 충청이 지역구인 박병석 의원도 빈소를 찾았다.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해 이완구 전 총리와 서청원·김무성·원유철·정우택·홍일표·김성태(비례)·강효상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인, 남경필 전 경기지사, 박진 전 의원, 류근찬 전 의원 등 대거 빈소를 방문했다.
강효상 전 비서실장과 함께 조문한 홍준표 전 대표는 조문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됐다"고 말을 아끼며 빈소를 빠져나갔다.
김무성 의원은 조문한 뒤 "우리나라가 어렵게, 못살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조국 근대화를 해서 국민들을 잘 살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고인을 평가하며 "항상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은퇴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정치계나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많은 가르침을 주신 큰 어른이라 돌아가신 게 정말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경필 전 지사는 조문 후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거목이 돌아가셨다"며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상징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의 공과 과는 역사의 평가에 맡기는 게 좋다"며 "고인이 추구한 통합이라는 가치를 기억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당선인은 "우리나라의 진짜 거목"이라며 "제가 도지사에 당선되니 따님을 통해 축하 전화도 주셨고, 연초에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못뵈어서 아쉽다"고 전했다.
서청원 의원은 "통이 크시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또 모든 문제를 대화로서 상생의 정치를 해야한다는 것을 후배 정치인들에게 이야기 해주셨는데 안타깝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하태경·김삼화·최도자 의원과 장성민 전 의원 등도 조문했고, 정의당 심상정·추혜선 의원도 고인에게 조의를 표했다.
김 원내대표는 "고인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이 있다"면서도 "그분이 어떻게든 멋과 풍류가 있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고, 여야의 격한 대립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노력,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위해서는 내각제밖에 없다는 소신을 설파한 점(을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한국 정치가 제왕적 대통령 1인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여야간 대화와 소통의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후진들이 JP타계를 계기로 깊이 있는 성찰을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앞으로 있을 개헌논의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고인의 명복 비는 동시에 우리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도 작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조문했다"고 말하고 "훈장추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부부와 여동생 박근령씨도 조문했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당시 정치적 동지였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고인을 추모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한광옥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각규 전 경제부총리 등도 이날 일찌감치 조문을 마쳤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당선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 등도 빈소를 찾았고 한화갑 전 의원, 이해구 전 의원 등 정치계 원로도 애도를 표했다.
문화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던 JP의 빈소에는 문화계 인사들도 발걸음을 했다.
방송인 송해씨가 오전 1시께 조문한 데 이어 이날 가수 하춘화·김추자씨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입관식이 진행됐다. 입관식에 참석한 JP의 딸 예리씨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오열하며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다시 빈소에 나타났다.
이날 빈소에서는 관계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한광옥 전 비서실장이 챙겼어야 한다"며 "똑같이 옥에 있지만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보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JP 빈소에는 전현직 대통령들의 조화가 늘어서 있는데, 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se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