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친구 만난 뒤 9일째 행방불명…친구에게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 당부도
용의자 "주변에 알바 말하지 마" 여고생 가족 찾아오자 도주·목매 숨져
경찰, 용의자 동선 대부분 확인, 야산·저수지까지 수색 중이지만 '감감무소식'
(강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수색이 장기화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A(16·고1)양이 아르바이트를 시켜준다는 아빠 친구 김모(51)씨를 만나러 갔다는 주변 진술을 토대로 김씨 행적을 조사했으나 A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A양은 실종 당일인 지난 16일 집을 나선 모습이 확인된 이후 어느 곳에서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 "아빠 친구 만났다" 메시지 후 실종된 여고생
A양과 김씨는 가족끼리는 잘 알고 지냈지만, 따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다.
경찰이 A양 친구들에게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A양은 실종 일주일 전 학교 근처에서 우연히 김씨를 만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다.
A양은 지난 12일에도 자신의 아버지와 김씨, 친구들과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던 A양에게 김씨는 "(알바한다고)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고 A양은 친구에게만 이 사실을 털어놨다.
실종 전날인 15일 A양은 친구에게 "나 내일 알바가! SNS 잘 봐야 해"라는 SNS 메시지를 보냈다.
또, '아저씨가 알바 소개한 것을 주변에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신고해달라'고 적었다.
A양은 토요일인 16일 오후 1시 38분께 집 근처 공장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뒤 현재까지 흔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A양은 이날 오후 2시께 '집에서 나와 아버지 친구를 만났다. 해남 방면으로 이동한다'는 SNS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긴 뒤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4시 24분께 A양의 휴대전화가 꺼지면서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은 강진군 도암면 야산 일대였다.
◇ 아빠 친구의 '의문투성이' 16시간 행적
경찰은 실종 당일을 포함해 최근 6개월간 A양과 김씨가 직접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은 없으며 만나는 모습이 찍힌 CCTV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양의 동선과 김씨의 행적이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자신의 행적을 감추려 한 점, A양 가족이 집에 찾아오자 달아난 점 등 때문에 김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16일 오후 1시 50분께 자신의 검은색 승용차로 강진읍의 가게를 나서 A양 마을 방향으로 향했다.
휴대전화는 가게에 놓고 이동했으며 블랙박스도 꺼놨다.
그는 평소 첫째 아들과 차량을 번갈아 사용했고 차에 탈 때마다 블랙박스 연결선을 뽑아 놓아 지난달 25일에 녹화된 영상이 가장 최근 것이었다.
김씨의 승용차는 A양 집과 600여m 떨어진 곳이자 약속 장소로 추정되는 공장 인근 CCTV에서 다시 한 번 발견됐다.
김씨 승용차는 오후 2시 17분께 A양 집과 20여km 떨어진 도암면에 진입했고 4시 54분에 다시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 사이 3시 20분께 마을 산 중턱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목격되기도 했다.
김씨는 도암면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오후 5시 17분께 다시 군동면 자택으로 돌아왔다.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체를 태우고 외부 세차를 한 뒤 5시 35분께 집에서 나갔다.
그는 오후 8시 12분께 강진읍 소재 자신의 가게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하고 8시 59분께 가게를 나섰다.
9시 8분께 집에 도착했으나 다시 "읍내 당구장에 다녀오겠다"며 9시 20분께 승용차를 몰고 나가 13분 만에 돌아왔다.
경찰은 이동 방향과 휴대전화 신호를 볼 때 김씨가 집과 4km가량 떨어진 곳이자 평소 운동 삼아 찾던 곳인 군동면 금사저수지로 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들과 잠자리에 들려고 했던 김씨는 11시 8분께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A양 어머니가 집에 찾아오자 뒷문으로 달아났다.
김씨는 A양 실종 16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6시 17분께 집 근처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 숨진 용의자 행적 샅샅이 뒤졌지만…여고생 9일째 행방불명
딸이 귀가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자 A양 아버지가 부인에게 연락했고 A양 어머니는 친구들에게 수소문해 김씨 집을 찾아갔다.
이상함을 감지한 A양 어머니는 경찰관인 친척에게 A양이 귀가하지 않은 사실을 알렸고 즉시 위치추적을 해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112 종합상황실을 통해 실종 신고를 접수한 시각은 17일 오전 0시 57분.
경찰은 오전 1시 15분께 김씨 집에 찾아갔지만, 그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달아난 뒤 행방을 감췄다.
김씨의 집과 차량, 인접한 소유지 등을 조사했지만 A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양의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확인된 곳이자 김씨의 행적이 일치했던 강진군 도암면 야산 일대를 주요 지점으로 정하고 수색 작업을 펼쳤다.
1천여명 안팎의 경찰 인력이 김씨의 차량이 발견된 곳과 가까운 지석마을을 교차 수색했다.
지난 23일부터는 옆마을인 덕서리도 수색 범위에 포함했다.
소방대원들도 마을 수로와 저수지를 수색하고 있고 주민들도 예초기를 들고나와 우거진 풀을 베며 수색을 돕고 있다.
경찰은 마을과 야산을 포함해 총면적 100ha 중 최대 70ha를 수색 범위로 보고 있다.
김씨가 도암면에서 군동면 자택까지 이동하면서 들렀을 가능성이 있는 곳들, 한밤중에 들렀던 금사저수지 등도 수색하고 있지만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애초 공개수사도 검토했으나 당분간 지금과 같은 수색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숨진 김씨의 행적이 대부분 파악됐고 주요 동선에 거주하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직접 탐문해 실효성이 크지 않고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수색 지점에 풀이 우거진 곳들이 많아 단서를 놓치지 않도록 교차 수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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