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24일 끝난 한국 최고 권위의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45살 베테랑 최호성이 벼락스타로 떠올랐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최호성은 3, 4라운드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5위를 차지했다.
예선을 거쳐 출전해 대회 사상 첫 예선 통과자 우승이라는 진기록에 도전했던 최호성은 우승은 놓쳤지만 독특한 스윙으로 대회 내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언론이 '낚시꾼 스윙'이라고 했다는 최호성의 스윙은 멋진 프로 선수의 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공을 치고 난 뒤 잡고 있는 클럽은 마치 월척을 낚은 낚시꾼이 낚시 채를 낚아채는 동작과 닮았다.
균형을 잃고 거의 쓰러질 듯한 피니시는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살 정도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최호성의 스윙 영상과 이력, 그리고 팬들의 반응 등을 소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낚시꾼 스윙은 세계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한번 따라 해봐야겠다'고 트위터에 남겨 큰 화제가 됐다.
최호성의 스윙을 소개한 기사에는 '아마추어에겐 희망을, 프로에겐 절망을 주는 스윙'이라는 재치 넘치는 댓글이 달렸다.
최호성은 "젊었을 때는 멋지고 예쁜 스윙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비거리를 유지하려고 고안한 스윙"이라면서 "임팩트 순간에 최대한 힘을 싣는 데 주력하다 보니 동작이 좀 우스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스윙만 독특한 게 아니다.
버디 퍼트를 비롯해 중요한 퍼트가 들어가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허공에 어퍼컷을 날린다.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 거의 그린 위에서 데굴데굴 구를 듯한 과장한 동작을 취한다.
샷을 때린 뒤 공의 궤적을 쫓을 때도 몸동작이 유난히 크다.
이런 최호성의 리액션에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호성 때문에 골프 중계방송을 끝까지 보게 된다'는 팬이 많아졌다.
최호성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이라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호응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다"며 은근히 즐기는 표정이다.
최호성은 스윙 못지 않게 골프 인생도 독특하다.
그는 오른손 엄지가 절단된 '장애인'이다. 18살 때이던 포항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해체 공장에 실습을 나갔다가 오른손 엄지 첫 마디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복부에서 떼어낸 살을 이식해 손가락 모양은 되찾았지만 뼈와 신경이 없어 손가락 기능은 제대로 할 수 없다.
최호성은 "정통 그립은 잡지 못한다.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2008년 투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을 때도 장애를 극복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
최호성은 '잡초 인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이렇다 할 직업을 찾지 못했다.
건설현장 인부, 배달 등 일용직을 전전하던 그는 26살 때 골프장 허드렛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골프장에서 잡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휘둘러본 골프 클럽에 끌렸고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마침내 투어 프로가 됐다.
그는 "워낙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골프라서 골프 경력이 이제야 겨우 20년"이라면서 "그래서인지 아직도 현역으로 뛸 힘이 충분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성 골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장인어른 캐디'다.
그의 백을 메고 따라 다니는 황용훈(64) 씨는 최호성의 장인이다. 처음에는 딸과 결혼을 반대했던 황 씨는 사위의 손발을 마다치 않는 든든한 받침목이 됐다.
고향이 평안북도인 황 씨는 2007년 당시 금강산에 열린 대회를 앞두고 "이 참에 북한에 한번 다녀오시자"는 사위의 제안에 캐디로 나섰다가 내내 사위의 백을 메게 됐다.
최호성은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는 전문 캐디를 쓰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때는 어김없이 황씨와 호흡을 맞춘다.
사위와 장인이라는 특이한 조합이지만 황씨는 코스에서 걸을 때면 사위의 머리 위에 양산을 씌워주고 사위가 건네준 볼과 클럽을 열심히 닦는 등 캐디의 직분에 소홀함이 없다.
황 씨도 빨간 반바지 차림에 사위의 샷과 퍼트 하나하나에 커다란 몸 동작으로 사위 못지 않은 '예능감각'을 선보였다.
최호성은 "장인어른이 백을 메면 마음이 편하다.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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