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 현재 1천468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가계대출은 4, 5월에도 빠르게 증가했고,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은 5년 만에 가장 크다. 한마디로 많은 가정이 빚과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그런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조작해 수입을 늘렸다고 한다. 금융거래의 생명인 신뢰를 스스로 훼손했다. 안 그래도 은행들은 수신금리는 낮추고 여신금리는 높여 이자 장사 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금리 조작은 영업 관행이라고 봐주기에는 도가 넘는 부정행위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9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한 결과 사실상 조작으로 볼 수 있는 가산금리 부당책정이 수천 건이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잘못된 금리 산정이 "광범위하다"고만 밝히고, 검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 금리산정 적발 건수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적발된 대출금리 부당 인상 사례는 9개 은행 중 3개에서 집중적으로 적발됐다. 금리 조작은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소득 금액을 줄이거나 담보가 없는 것처럼 꾸며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소득이 낮거나 담보가 없으면 가산금리가 올라간다. 금리 조작 수천 건은 은행 전체 대출 건수와 비교하면 많지 않을지 모르나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한 개 은행의 여러 지점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라고 하기 어렵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의심 가는 대목이다.
미국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미국 금리는 한국보다 0.25~0.5% 포인트 더 높아졌다. 한미 금리 격차가 클수록 우리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가계의 추가이자 부담이다.
은행들은 올해 1분기에만 10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망정 조작으로 이자를 올려받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금감원은 금리 조작이 단순히 개인 잘못이었는지, 실적을 올리려는 조직 차원의 부정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영업상 관행을 넘는 범죄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검찰 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제도나 시스템 문제인지 살펴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금리 조작이 금융권 전반에서 일어나지 않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당하게 올려받은 이자를 돌려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참에 예대금리 차이로 손쉽게 장사하는 은행 경영이 확 바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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