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청 앞 시위참가자 모집…"1천여명 참가 의사 밝혀"
전문가들 "우려 충분히 있을 수 있어…정부가 설명해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지방에 사는데 꼭 올라갈 겁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동참하고 싶습니다."
"모든 나라가 그런 추세라고 해서 한국에 난민을 무분별하게 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온라인에서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온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난민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동참자가 38만 명이 넘었는데도 정부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세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최근 네이버에 개설된 한 블로그에는 이달 30일 오후 8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1천6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집회에 참가하겠다거나 현장엔 못 가더라도 응원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블로그 운영자는 집회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람이 1천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모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아직 경찰에는 집회신고를 접수하지 않았다. 집회·시위는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일반국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블로그 운영자는 자신을 "대학교를 갓 졸업한 평범한 국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떠한 계기로 언론에 얼굴이 알려진 적이 있다"며 "언론에도 경찰에도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않고 집회를 준비하고 싶다"고 밝힌 뒤 도와줄 사람을 구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은 올해 제주도에 발을 들인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가 500여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최근 일주일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3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이 중에는 외국인 범죄가 늘어날 수 있으니 자기방어를 위해 총기소유를 허용해야 한다거나, 이슬람 사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에서 난민이라는 주제가 한 번도 이슈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다수의 난민 관련 소송을 맡아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문제가 제대로 공론화된 적이 없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방어적인 입장만 보였던 정부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이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어떤 처우를 받을 것인지 정부가 국민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면서도 "선동이나 혐오로 나가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설동훈 사회학과 교수는 "난민법에 따라 난민신청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므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 사람들이 난민지위가 인정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차분히 결과를 지켜볼 때"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위장 난민이라거나, 테러 위험성이 있다면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제주도에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예멘인 549명, 중국인 353명, 인도인 99명, 파키스탄인 14명, 기타 48명 등 총 1천63명이다.
특히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예멘 출신은 지난해만 해도 42명에 불과했는데 올해 13배나 증가했다.
한국은 난민 인정과 처우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2013년 7월 1일부터 난민법을 시행했다. 그 전까지는 출입국관리소를 찾아가야만 난민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난민법 제정으로 공항·항만에서 바로 난민신청과 사전심사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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