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3골·잉글랜드 6골 등 9골 실점·1득점·2패로 16강 좌절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파나마가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파나마는 24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잉글랜드에 전반에만 페널티킥 2개 등으로 5골을 내준 끝에 1-6으로 완패했다.
지난 19일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파나마는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9골을 내주고 한 골을 넣었다.
파나마 축구사에 남을 역사적인 골이었다.
0-6으로 끌려가던 후반 33분 리카르도 아빌라의 프리킥을 받아 펠리페 발로이가 문전에서 쓰러지며 오른발로 잉글랜드 골망을 가르자 파나마 팬들은 물론 승패를 떠나 파나마의 한 골을 간절히 바라던 모든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함께 기뻐했다.
참가 32개 나라 중 '최약체'로 평가받은 파나마는 월드컵 본선 첫 도전에서 '우승 후보' 벨기에,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차례로 만난 게 불운했다.
투박하지만 열정적인 수비로 벨기에와의 일전에선 전반 득점 없이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 번 실점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큰 무대에서 경험 부족이 드러난 셈이었다.
1978년 이래 꾸준히 월드컵 지역 예선에 참가해 온 파나마가 월드컵 본선에 오른 건 도전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파나마는 북중미카리브 지역(CONCACAF) 최종예선에서 3승 4무 3패, 승점 13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3위로 러시아행 직행 티켓을 따냈다.
북미의 강호 미국은 파나마, 온두라스에 밀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초대장을 손에 쥐지 못했다.
파나마의 모습은 64년 전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우리나라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국 전쟁의 참화를 딛고 최초로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는 당시 축구 강국으로 대접받던 헝가리에 0-9, 터키에 0-7로 패했다. 2경기에서 16골을 내줘 세계와의 현격한 실력 차를 확인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 골은 그로부터 32년 후로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이던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창선이 터뜨렸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러시아 월드컵 개막 직전 32개국 선수단의 몸값 가치를 측정해 순위를 매겼다. 파나마 대표팀의 가치는 1천170만 달러(약 130억원)로 전체 꼴찌였다.
이와 무관하게 파나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으로 강호들과 맞섰다.
공중볼을 다툴 땐 보란 듯이 손으로 상대 선수 얼굴을 치는 반칙을 하고도 항의하면 도리어 강하게 반격하며 투지만큼은 월드컵 첫 손님답지 않게 화끈했다.
파나마는 29일 역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튀니지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내친김에 역사에 남을 첫 승리에 도전한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