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서민 파고든 에르도안, 쿠데타 진압 후 독주체제 굳혀

입력 2018-06-25 05:29  

이슬람·서민 파고든 에르도안, 쿠데타 진압 후 독주체제 굳혀
공공장소 히잡 허용, 이슬람주의 표방에 콘크리트 지지층 형성
국가비상사태 선포 후 대대적 숙청…'서방 때리기' 등 분열전략도 효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대통령선거와 총선거에서 24일(현지시간) 승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스트롱맨' 지도자로 꼽힌다.
서방 언론은 '차르 푸틴'이나 '시황제'처럼 그를 '술탄 에르도안'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모두 강력한 지도력과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 집권하며, 막강한 권한으로 정적과 경쟁자를 단호히 제거하고 독주체제를 유지하는 지도자들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보수 무슬림과 서민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성공한 지도자로 우뚝 섰다.
1954년 흑해 연안 도시 리제에서 태어나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성장기를 보낸 에르도안 대통령은 날품을 팔며 이스탄불 마르마라대학을 다녔다고 알려졌다.
성장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보수 무슬림과 서민층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파고들며 정치인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22세 이슬람계 정당인 국가구원당의 이스탄불 청년지부장을 맡아 이슬람 정치운동을 시작했으며, 1985년에는 이슬람계 정당인 복지당의 이스탄불 지부장에 올랐다.
1994년 40세로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돼 돌풍을 일으켰으며, 2001년 이슬람계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해 당 대표가 됐다.
에르도안은 1997년 이슬람주의 시구를 공개적으로 낭송해 대중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1999년 징역형에 처했는데, 이 사건으로 보수 무슬림층에서 그의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그는 2002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66%를 차지하며 압승을 거두고 공화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이슬람계 정당 단독정부를 출범시켰다.
보수 무슬림들은 히잡 착용 허용 등 AKP의 이슬람주의 정책을 크게 반겼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후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도 잇따라 승리해 3연임했으며 2009년과 지난 3월의 지방선거에서도 집권당의 승리를 이끄는 등 모든 선거에서 이겼다.
승승장구한 에르도안 총리는 2013년 대형 부패 스캔들과 반정부 시위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거액 수수 정황이 담긴 아들과 통화 녹음이 유출됐지만, 그는 스캔들이 모두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세력의 조작이라며 끈질기게 버텼다.
2015년 6월 총선에서 AKP는 처음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총선 직후 터키 정부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평화협상을 깨고 토벌작전을 재개했다.
PKK 토벌작전은 AKP에 힘을 실었고 5개월 후 재선거에서 AKP는 단독 과반을 회복했다.



이듬해 6월 쿠데타 시도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꿈에 그리던 대통령제 개헌의 명분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스로가 쿠데타를 "신이 준 기회"라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사법 분야까지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귈렌 세력이나 쿠르드계 인사를 쿠데타 세력 또는 테러 세력으로 몰아 대거 투옥·해임하고, 언론 등 사회단체를 무더기로 폐쇄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는 부정투표 논란 끝에 51% 찬성률로 가결됐다.
올해 들어 터키리라화가 급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 위기 우려가 고조하자 그는 대선과 총선을 무려 1년 5개월이나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부정선거 논란 속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짓고, 선거연대로 의회 과반까지 유지해 2030년대까지 초장기 집권의 서막을 열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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