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우울증에서 조현병에 이르는 여러 정신질환은 증상은 제각각이더라도 유전적으로는 공통점을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가 공동 운영하는 연구기관인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의 벤저민 닐 박사 연구팀이 세계 600여 연구기관의 관련 연구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3일 보도했다.
이 연구자료는 우울증, 조현병 등 정신질환과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알츠하이머 치매 등 신경질환 환자 26만5천여 명과 정상인 약 78만5천 명의 유전체(genome) 차이를 비교한 방대한 분석자료이다.
전체적으로 정신질환들은 유전적인 기저 요인을 다수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닐 박사는 밝혔다.
특히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유전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가장 많았고 신경성 식욕부진(anorexia)과 강박장애(OCD) 사이에도 유전적 중복 부분이 상당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는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달라도 뇌의 메커니즘 속에서는 증상이 중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닐 박사는 설명했다.
이 결과는 정신질환들은 서로 다르다는 현재의 사고방식이 뇌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는 지적했다.
따라서 이 결과는 여러 형태의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기전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진단과 치료법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이에 대해 뇌-행동연구재단(Brain and Behavior Research Foundation) 이사장 제프리 보렌스타인 박사는 정신질환이 다른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생리학적 질병임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신질환을 둘러싸고 아직도 사회적 오명과 낙인(stigma)이 가시지 않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파킨슨병, 치매 같은 신경질환들은 유전적 구분이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편두통만은 ADHD, 우울증, 투레트증후군과 일부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OCD, 조울증, 신경성 식욕부진 같은 정신질환은 교육수준, 대학성적 같은 청년기의 지능 수준과 유전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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