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사격→조준…'저지르고 보는' 트럼프 정책스타일 도마

입력 2018-06-25 15:10  

준비→사격→조준…'저지르고 보는' 트럼프 정책스타일 도마
AP "이민정책부터 건강보험·무역 등 준비 없이 추진…혼란·고통"
뉴욕대 교수 "정책은 맥도날드 주문 아니다…기민한 변화 어려워"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트럼프의 이민정책은 준비, 사격, 조준(ready, fire, aim)을 하는 식이다".
일단 저지르고 난 뒤 문제가 생기면 이를 고쳐나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추진 스타일을 놓고 미국 상원의 공화당 중진의원이 24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통상 총을 쏠 때는 준비, 조준, 사격 순으로 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격을 먼저 한 뒤 오차를 파악해 다시 조준한다고 비꼰 것이다.
공화당 내 '매파'로 꼽히는 밥 코커(공화·테네시) 의원은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이는 어린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이민 정책을 이같이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의 거센 반발로 불법이민에 관한 '무관용 정책'을 철회한 것을 계기로 각종 정책이슈를 놓고 '일방주의'와 '준비부족'으로 좌충우돌하는 그의 정책스타일에 대한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이민 문제에서부터 건강보험, 무역 등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있는 사안마다, 정책의 영향·결과에 대한 고려나 준비가 거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관료 차원의 혼란을 넘어, 일반인의 삶의 고통을 가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안겨줬다고 AP는 전했다.

이런 문제가 가장 도드라진 분야는 이민정책이다.
트럼프 행정정부는 불법입국 혐의로 구금되거나 기소된 이들에게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도, 추가 자원을 투입하지도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계각층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이어졌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끌기만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과 그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한발 물러섰지만, 정부가 불법 입국자의 자녀를 부모와 어떻게 다시 만나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계획을 내놓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려야 했다.
여기에 새 행정명령이 미성년 밀입국자는 최대 20일까지만 구금하도록 규정한 '플로레스 합의'(Flores Settlement)와 상반되는 등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이민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급기야는 불법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재판 없이 곧바로 추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급격한 '방향 전환'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 폐지를 앞세워 임기를 시작했지만 폐지에 실패했다. 이슬람권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반이민 행정명령은 수차례 수정과 법적 분쟁을 거쳐 이번주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동맹국이었던 유럽, 캐나다와는 느닷없이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팔레스타인 사태는 교착국면에 빠져들면서 중동평화 계획은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라고 AP는 전했다.
폴 라이트 뉴욕대 교수는 AP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을 "맥도날드 주문"에 비유하며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면 받아서 떠나듯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연방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것처럼 '기민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유턴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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