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당선 확정되자 베를린 시내서 자동차 경적 울리며 자축
터키계 녹색당 전 대표 "자유민주주의에 반대한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재선된 24일(현지시간) 터키 대통령 선거에서 독일의 터키 이민자 가운데 3분의 2가 에드로안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대선에서 투표율 80% 기준으로 독일의 터키계 유권자 가운데 65.7%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25일 전했다.
터키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록한 득표율 52.6%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제1 야당 '공화인민당'(CHP) 후보 무하렘 인제 의원은 독일의 터키계로부터 2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터키 내 득표율 31%와 비교해 한참 떨어지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도 독일에서 56.3%를 득표율을 얻어 터키 내 득표율 42.5%보다 월등히 높았다.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의 셀라핫틴 데미르타시 전 공동대표는 독일에서 9.5%의 득표율을 기록해 터키 내에서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독일에서 터키계 전체 유권자의 43%인 47만5천여 명이 이번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해 4월 에드로안 대통령 주도로 실시된 터키의 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독일의 터키계 63%가 개헌에 찬성해 터키 내 찬성률 51%보다 높았다.
이런 투표 성향은 유권자가 6천만 명에 가까운 터키의 선거 및 국민투표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지않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계가 독재 논란을 일으켜온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당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투표 결과만 봤을 때 독일의 터키계가 터키에 거주하는 유권자들보다 더 보수적인 셈이다
이를 놓고 독일 내 터키계의 보수적인 특성은 유럽연합(EU)과 터키 간의 갈등, 기독교와 이슬람 간의 갈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독일 내 소수 민족인데다 이슬람인 터키계가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EU에 맞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호감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 거주하다 보니 독재로 인한 영향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는 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족주의를 조장해 터키계를 결집한 탓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독일의 정치·사회적 시스템이 터키계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들은 베를린 등의 도심에서 한밤중 자동차 경적을 울리면서 터키 국기를 흔들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크로 뷜로 독일 사회민주당 의원은 이런 장면을 담은 영상을 트위터에 링크하면서 "유감스럽지만, 나를 아프게 한다"고 지적했다.
터키계로 독일 녹색당 전 공동대표인 쳄 외츠데미어 의원은 트위터에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독일 터키계는 독재를 축하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독일의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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