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로 4년 만에 스크린 컴백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배우 조민수(53)가 27일 개봉하는 영화 '마녀'로 복귀했다. 2014년 '관능의 법칙' 이후 4년 만이다.
"드라마이건, 영화건 제 연배가 할 만한 역할이 많지 않잖아요. 엄마 역할밖에 없는데, 그쪽으로 발을 내디디면 저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지 못할 것 같아 지금껏 버텨왔죠."
그렇게 버틴 끝에 들어온 배역이 '마녀' 속 뇌 전문가 닥터백이다. 닥터백은 10년 전 의문의 사고 이후, 보호시설에서 도망친 한 여자아이를 백방으로 쫓는 인물이다. 원래 시나리오상 닥터백은 남자였다. 그러나 박훈정 감독이 "조민수 배우의 카리스마라면 가능할 것 같다"며 캐스팅했다.
25일 서울 삼청동에서 마주한 조민수는 "박 감독과는 전혀 친분이 없었는데, 제 연기를 보고 신뢰해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연기 경력 33년째지만 조민수는 촬영을 앞두고 늘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오랫동안 사람을 안 만나요. 갑자기 (배역으로) 딱 바뀌는 것을 잘하지 못하거든요. 물론 기술적으로는 할 수 있죠. 그러나 그런 요령을 버리고 싶어서 일부러 사람을 안 만나고 배역에 몰두하죠."
그는 이 작품에서 주연인 김다미 등 여러 명의 신인과 호흡을 맞췄다.
"요즘 신인들은 우리 때와 다르게 다 잘하더라고요. 제가 옆에서 따로 거들 게 없었죠. 기성세대가 되면 '자기가 맞다'라는 아집이 생기고, 기존 것을 답습하게 돼요. 저는 그런 것을 밀어내는 편이죠. 다미에게도 제가 괜한 혼돈을 주기 싫어 감독님 이야기만 들으라고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이 멘탈 붕괴에 빠지지 않게 밀어주는 것이었죠."
'마녀' 속 닥터백은 영화의 핵심 키를 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거칠고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반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독님이 미치광이 과학자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어요. 영악하면서도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 못 하는 인물이죠. 우리 사회에도 왜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 있잖아요.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배려 없고, 남한테 상처만 주다가 자기가 다치면 소리치는 사람들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그는 배우 인생 처음으로 총 맞는 장면도 연기했다. 그는 "촬영 때 심장이 떨렸다"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액션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조민수는 최근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는 한국영화 현실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제가 한창 일할 때는 영화 속 여성들의 직업 중에 검사, 변호사, 의사가 최고였어요. 그 뒤로 나온 게 의상 디자이너였죠. 하지만 지금은 다양해졌죠.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여성 영화도 많이 나올 거예요. 관객들이 차츰 익숙해지고 받아들일 수 있게 조금 천천히 가도 될 것 같아요."
조민수는 "배우는 대중 안에 있어야 배우이고, 대중들이 찾아줘야 한다"면서도 "인기에 따라 휩쓸리면 저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 힐링하고 다스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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