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정책 지켜봐야…완화기조땐 금세 하락 반전" 우려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올해 들어 가치가 크게 하락한 터키리라화가 현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힘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오전 외환시장에서 터키리라화는 달러당 4.6리라 아래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 주말 1달러당 4.66리라로 마감한 것에 견줘 리라화는 1.5%가량 절상됐다.
최근 터키는 환율 비상과 외채 부담 증가로 신흥국발(發) 위기 진원지로 자주 거론된다.
리라 가치는 연초 대비 17% 절하됐다.
올 들어 리라 가치는 추락을 거듭해 지난달 1달러당 4.93리라 수준까지 떨어진 후 터키 중앙은행의 두 차례 금리 인상 후에야 진정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승리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스탄불 증시 대표지수인 BIST 100도 오전에만 2.2% 급등했다.
런던 소재 투자 컨설팅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 제이슨 투베이는 로이터통신에 "단기적으로 보면,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로 정치적 불안정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일단 안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더 강력해진 권한을 행사해 재정·통화정책을 완화(팽창) 기조로 유도한다면 리라 강세는 금세 하락 반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특유의 비상식적 경제관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할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업체는 터키에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신호를 보냈다.
터키 정부는 중앙은행에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된다고 역설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 스스로가 반복된 금리 발언으로 시장 불신을 조장했다.
터키 대통령은 "금리가 만악의 부모"라거나 "고금리가 고물가의 원인"이라는 특유의 경제관을 내세우며 금리 인상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지난달 인터뷰에서는 대선 승리 후 통화정책에 개입 확대방침을 시사, 시장 불안을 키웠다.
올 들어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터키리라화 가치가 추락하는 데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 지난달 시장에서 리라 투매현상이 나타나고서야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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