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정당 '동맹' 주도 우파연합, 주요 14곳중 9곳 석권
중도좌파, 피사 등 아성 잃으며 '휘청'…반체제 '오성운동'도 '주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부 도시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극우정당 '동맹'이 주축이 된 우파연합이 반(反) 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하며 수권 정당이 된 반체제 '오성운동'은 현청 소재지 1곳에서만 승리해 주춤했고,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중도좌파 민주당은 '텃밭'인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패배하며 또 한 번 휘청였다.
이탈리아 내무부가 제공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우파연합은 중도좌파 민주당의 '아성'으로 분류되는 토스카나 주의 시에나, 피사 등의 시장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이날 결선투표가 열린 주요 도시 14곳 가운데 9곳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선거는 2주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프로빈차(현·주에 해당하는 레지오네 아랫급 행정단위) 14곳을 비롯해 인구 1만5천 명 이상 거주하는 도시 75곳, 유권자 280만 명을 상대로 일제히 진행됐다.
우파연합은 1차 투표에서 테레비소, 비첸차, 카타니아 등 4곳의 현청 소재지에서 승리를 결정지으며 기세를 올린 데 이어 1, 2위 후보가 맞붙은 결선투표에서도 지금까지 좌파 세가 강고하던 현청 소재지에서도 승전보를 울리는 기염을 토했다.
우파연합은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이탈리아'(FI), 또 다른 극우성향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손잡고 있다.
우파연합의 이 같은 약진은 외국 비정부기구(NGO) 난민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하고, 이를 비난하는 프랑스 등 주변국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는 행보로 새 정부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극우정당 '동맹'의 수장 살비니의 지지율 상승에 힘입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집권 시 5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 난민을 죄다 본국에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지난 3월 총선에서 17.4%의 표를 얻은 '동맹'은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공약에 힘입어 33%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최대 정당으로 올라선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 서유럽 최초로 출범한 포퓰리즘 정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1일 새 정부 출범 이래 '동맹'은 실제로 반난민 구호를 직접 실행에 옮기며 최근 지지율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탔다. 지난 18일 민영방송 La7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맹'은 29.2%의 지지율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오성운동을 근소한 차로 제치고 지지율 선두 정당으로 올라섰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 같은 동맹의 지지율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창당 9년 만에 집권당이 된 '오성운동'은 이날 결선투표가 열린 14곳의 프로빈차 가운데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의 고향 인근인 아벨리노에서만 승리를 거둬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3월 총선에서 19%의 득표율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뒤 야당으로 전락한 중도좌파 민주당은 피사, 시에나, 마싸 등 중도좌파의 핵심 지지 기반을 '난민 저지'와 '안보 우선'을 강조한 우파연합에 내주며 큰 타격을 입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피사와 마싸에서의 민주당 패배를 '붉은 요새의 붕괴'라고 묘사했다.
현청 소재지는 아니지만 2차 대전 이후 줄곧 민주당이 장악해온 피에몬테 주의 이브레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이몰라 시장 역시 각각 우파연합, 오성운동에 넘어가며 민주당에 심리적 충격을 안겼다.
민주당은 이날 결선투표에서 안코나, 테라모, 브린디시 등 3곳의 현청 소재지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투표율은 47.6%로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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