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3차전 관전포인트…결장 기성용 대체자는 정우영 '유력'
월드컵 독일전 무승 설욕 관심…신태용-뢰프 사령탑 지략 대결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유례없는 2연패 팀의 16강 진출이 손-황 듀오의 발끝에 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 쌍두마차인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의 어깨는 무겁다.
월드컵 출전국이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1승 2패' 팀의 16강 진출을 앞장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스웨덴과 멕시코에 잇달아 패했지만, 독일을 2점 차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준다면 극적으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다.
종아리 부상으로 독일전에 결장하는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의 대체 선수로 정우영(빗셀 고베)의 기용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이 앞선 월드컵에서 두 차례 패배를 당했던 독일을 상대로 설욕을 노린다.
또 '닮은꼴 사령탑'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과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의 지략 대결도 관심을 끈다.
◇ 손흥민-황희찬 '독일의 골문을 열어라'
신태용호의 '플랜A' 공격조합인 손흥민-황희찬 듀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둘이 독일을 상대로 득점하지 못하면 16강 진출에 필요한 승점 3과 다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손-황 듀오는 검증된 득점 공식이지만 정작 신태용호에서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과 1일 보스니아전을 빼고는 둘이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다.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 때는 김신욱(전북)이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나섰다.
또 18일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 1차전에서는 김신욱이 원톱을 맡으면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좌우 날개로 출격했고, 24일 멕시코전에서는 이재성(전북)이 손흥민과 투톱으로 깜짝 출격했다.
연계 플레이가 좋은 이재성을 손흥민의 짝으로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었지만 기대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독일과 대결에서는 황희찬이 손흥민의 옆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둘은 온두라스·보스니아전 때 한 골에 도움 두 개를 합작하며 공격력을 검증받았다.
이재성이 왼쪽 측면으로 옮기면 오른쪽 날개에는 멕시코전 선발로 합격점을 받은 문선민(인천)에게 임무를 줄 수 있다.
멕시코전에서 왼쪽 종아리를 다쳐 결장하는 '캡틴' 기성용의 자리에는 정우영의 기용이 유력하다.
기성용의 중앙 미드필더 듀오였던 정우영은 수비 능력을 갖춰 멕시코전 때 기성용의 짝이었던 주세종(아산)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주세종은 정우영과 호흡에 대해 "동아시안컵이나 A매치에서 맞춰본 경험이 있어 장단점을 잘 안다"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골키퍼 장갑은 스웨덴·멕시코전에서 골문을 지킨 '거미손' 조현우(대구)가 그대로 낄 전망이다.
포백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민우(상주)-김영권(광저우)-장현수(FC도쿄)-이용(전북) 조합의 유지에 무게가 실린다.
멕시코전 때 선제골의 빌미가 된 핸드볼 파울을 했던 장현수는 네티즌의 악플에 시달렸지만,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강한 신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왼쪽 풀백은 멕시코전에서 김민우 대신 교체 투입됐던 홍철(상주)의 기용 가능성도 있다.
기성용의 결장으로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물려받을 공산이 크다. 손흥민은 5월 28일 온두라스전에서 캡틴을 맡은 적이 있다.
◇ 월드컵 길목마다 괴롭힌 독일에 설욕할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은 월드컵에서 한국과 두 차례 만나 모두 패배를 안겼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16강 진출 길목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현재 대표팀 선수단장인 최영일 선수단장이 참가했던 미국 월드컵에서 한국은 스페인과 1차전 2-2 무승부, 볼리비아와 2차전 0-0 무승부를 이뤄 독일을 넘으면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호 독일을 상대로 두 골을 뽑아내는 선전을 펼치고도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해 2-3으로 분패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 댈러스의 37도를 넘는 가마솥 더위에서 진행된 경기에서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에게 두 골을 내주는 등 전반을 0-3으로 뒤졌다.
황선홍과 홍명보가 후반 7분과 18분 잇따라 추격 골을 꽂았지만 결국 1골 차 패배를 당했다. 독일과 첫 대결은 '악연'으로 끝났다.
독일과 다시 만난 건 안방 대회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고 준결승에 올랐지만, 독일과의 4강에서 미하일 발라크에게 통한의 결승 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독일과 대결 성적표는 2전 전패다.
한국은 2004년 12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김동진, 이동국, 조재진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3-1로 독일을 꺾었다.
그러나 월드컵 무대에서는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다.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이 16강 명운이 걸린 독일과 일전에서 선배들을 대신해 설욕을 벼른다.
◇ 신태용-뢰프, 사령탑 지략 대결서 누가 웃을까?
신태용(48) 한국 대표팀 감독과 요아힘 뢰프(58) 독일 감독은 닮은 구석이 많다. 남자다운 외모와 흰색 셔츠를 즐겨 입는 스타일에서도 비슷하다.
또 격식을 차리지 않는 '형님 리더십'과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신태용 감독은 프로축구 성남 선수 시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작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에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감독으로 출전한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처음이다.
뢰프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에서 성과를 보여줬지만, 1부리그에선 번번이 주저앉았다.
2부리그에서 1~2년 활약하다 1부리그 팀으로 옮긴 뒤 다시 2부리그 팀으로 짐을 싸는 패턴이 반복됐다.
뢰프 감독은 독일 국가대표로 한 번도 발탁되지 못하고 쓸쓸하게 은퇴해 지도자로 변신했다.
신 감독이 작년 7월 지휘봉을 잡은 초보 사령탑인 반면 2006년부터 독일 대표팀을 지휘한 뢰프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제패한 명장으로 둘의 명성을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2전 전패, 독일은 1승 1패로 3차전 맞대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명운이 갈린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의 처지다.
둘 가운데 누가 사령탑 지략 대결에서 웃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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