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로스 감독, 호날두에 퇴장 조처 안 한 것에 강한 불만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후반 48분. 마침내 이란에 동점 기회가 왔다.
그러나 같은 시간 스페인이 2-2를 이루는 극적인 동점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란이 16강 진출을 위해선 비디오판독(VAR)으로 잡은 페널티킥을 꼭 넣고, 한 골을 더 넣어야 했다.
이란은 26일(한국시간) 사란스크의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48분 페널티킥 득점으로 1-1 동점을 이뤘다.
키커로 나선 카림 안사리파르드가 강슛으로 골망 오른쪽 위를 강타했다.
16강 출전권 2장을 둘러싼 스페인, 포르투갈, 이란의 3각 경쟁은 이때부터였다.
전날까지 조 선두를 달리던 스페인은 2-2로 경기를 마쳐 최소 조 2위를 확보했다.
이란은 포르투갈을 잡으면 16강에 오르고, 포르투갈은 패하면 짐을 싸야 하는 처지였다.
총공세로 나선 이란은 동점 골 1분 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수비수를 맞고 튄 공이 문전으로 쇄도하던 메디 타레미의 발에 걸렸다.
골키퍼와 사실상 일대일 상황에서 타레미가 날린 강력한 왼발 슛은 그러나 포르투갈 골문도, 골키퍼 정면도 아닌 왼쪽 옆 그물로 향했다.
역전 골이 터질 것을 기대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허무한 슈팅에 어쩔 줄을 몰랐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고, 이란(승점 4)에서 아쉽게 밀려 스페인·포르투갈(이상 승점 5)에 16강 진출 티켓을 내줬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은 아쉬움에 진한 눈물을 쏟아냈다.
이란은 이번까지 5번의 도전에서도 조별리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를 정복한 '늪 축구'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란은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거뒀다. '무적함대' 스페인과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각각 1골씩만 내줬다.
강력한 수비를 앞세운 이란의 질식 수비에 세계적인 강호도 힘을 쓰지 못했다.
탄탄한 수비로 상대의 예봉을 꺾은 뒤 빠른 역습으로 득점하는 이란의 조직력은 세계적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이란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도 10골을 넣고 단 2골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로 여유 있게 A조 1위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최종예선에서 6승 4무, 승점 22를 올려 2위 한국(4승 3무 3패·승점 15)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B조 1, 2위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사실상의 아시아 최정상이었다.
상대를 늪에 빠뜨려 허우적대도록 한다는 뜻을 담은 이란의 늪 축구는 스페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볼 점유율은 30%-70%가량 뒤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벌여 상대 팀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감독은 1-0 승리 후 "이란은 쉬운 팀이 아니며 복잡한 팀으로 그들을 상대로 점수를 내기가 아주 어려웠다"면서 "이란 선수들은 거칠고 육체적으로 강하다"고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포르투갈 출신으로 조국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꿈꿨던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주심이 볼 경합 중 반칙한 호날두에게 퇴장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에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조국 대표팀과 후배들을 상대로 불만을 항의하는 게 껄끄럽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케이로스 감독은 "호날두가 팔꿈치를 사용해 반칙했고, 규정상 팔꿈치를 쓰면 레드카드를 받는다"면서 비디오판독(VAR)을 거치고도 옐로카드를 주는 데 그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호날두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 속에 10명과 싸웠다면 경기 내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해석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VAR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불만이 많다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명확한 규정 적용을 강조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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