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차 타고 병원 다니고 일과 중 운동…경찰 '경고' 처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갑질 악습 개선을 다짐했던 경찰 조직 안에 일부 지휘관의 구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산하 한 의무경찰대 중대장 A 경감은 최근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고는 견책에서 파면에 이르는 '징계'에는 해당하지 않는 낮은 단계의 처분이다.
A 경감은 올해 3월 16일부터 3주간 매주 금요일 오후 7∼9시에 서울 모 구청이 주최한 인권 강연에 휘하 중대원 100여 명을 사실상 강제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강연은 인권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적절한 취지의 행사였지만, 경찰이 주최한 것이 아니고 일과 종료 후의 휴식 시간에 열리는 것이어서 대원들에게 참석 의무가 없었다.
특히 해당 구청 직원인 A 경감의 가족이 속한 팀이 기획하고 추진한 행사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A 경감은 처음에는 '무료 강연이니 적극적으로 참가하되 희망자만 가라'는 공지만 중대에 냈다가 참여가 저조하자 '의무사항'이라며 참석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동수단 지원도 없어서 중대원 100여 명은 사비를 들여 이동해야 했다. 경찰은 문제가 불거진 뒤 일 인당 2천400원씩 버스비를 지급했다.
A 경감은 공무용 지휘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의 조사에서 A 경감은 근무시간 중 운전대원과 동행해 지휘차를 타고 치과에 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운전대원에게 진료가 끝날 때까지 병원 밖에서 차와 함께 기다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초과근무를 했다고 등록한 시간대 또는 근무시간인 일과 중에 경찰청 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다수 나왔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육군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 경찰 조직도 갑질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과 희생을 했으며, '인권 경찰'로 거듭나려는 반성과 개혁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의경 지휘관이 일탈하고 갑질을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경감은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같은 보직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경감을 조사한 서울청 관계자는 "그런 사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측과 당사자의 얘기를 듣고 타당한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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