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를 이끄는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6)의 '까칠한 성격'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저녁 시카고 심포니 센터에서 열린 CSO 정기공연이 한 관객의 기침소리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
무대 바로 아래 앉아있던 관객 앤디 사이먼은 무티가 이날 공연 두 번째 곡인 루이지 케루비니 작품 연주 시작 약 30초 만에 갑자기 팔을 내리고 객석을 향해 돌아섰다며 "단원들은 연주를 멈췄고, 모두들 무슨 영문인지 몰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쪽 객석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러자 무티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며 몹시 화난 목소리, 이탈리아계 억양이 강한 말투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쏘아부쳤다"고 전했다.
CSO 대변인은 한 관객의 큰 기침소리가 이번 해프닝의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사이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티가 연주를 다시 이어가려 하자 한 여성 관객이 '브라보, 마에스트로!'라고 외쳤고 몇몇은 박수를 쳤다"면서 "무티는 다시 뒤돌아서지는 않았지만 지휘봉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흔들면서 책망의 뜻을 나타냈다"고 부연했다.
그는 "25년째 CSO 공연을 보고 있지만 이런 해프닝은 처음 겪었다"며 "하지만 해프닝 전·후 콘서트는 훌륭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무티는 청중에게 "연주자들이 피아니시시모(가능한한 여리게)로 연주하고 있기 때문에 (소음이 생기면)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CSO는 이탈리아 작곡가 케루비니의 장례 칸타타 '요제프 하이든의 죽음에 부치는 노래' 도입부를 연주하던 중이었다. CSO는 이날 케루비니 작품 외에 모차르트 레퀴엠 D단조 제2곡 키리에와 로시니의 스타바트 마테르 등을 연주했다.
CSO 대변인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결정적 방해 요소가 있을 경우 지휘자는 단원과 청중이 다시 집중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공연을 잠시 중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무티가 가끔 공연 도중 소음을 만드는 관객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일은 있지만, 연주를 멈춘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무티는 2016년 1월 CSO 내한 공연 당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기침소리 등으로 어수선해진 객석 분위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연주를 일시 중단했던 바 있다.
번스타인, 카라얀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지휘자로 일컬어지는 무티는 2010년 9월 CSO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부임했으며 2차례 계약이 연장돼 최소 2022년까지 CSO를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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