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업체들, 미국 고율 관세 부과에 '죽을 맛'

입력 2018-06-26 10:39  

중국 수출업체들, 미국 고율 관세 부과에 '죽을 맛'
가격경쟁력 떨어져 주문 끊길까 우려…생산기지 해외이전도 고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의 대규모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 수출 제조업체들이 대미 수출 급감 등을 우려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차로 다음 달 6일부터 340억 달러 규모, 818개 중국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관세 부과의 대상인 자동차 부품과 금형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광둥(廣東) 성의 한 기업은 미국 바이어들이 제품 구매처를 미국이나 독일, 캐나다 등으로 돌리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이 기업의 글로리아 뤄 매니저는 "미국산 금형에 대해 우리 제품이 가지고 있는 가격경쟁력이 30% 정도인데, 25% 관세가 부과되면 이 가격경쟁력이 거의 사라진다"며 "앞으로 대미 수출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수천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이 기업은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40%에 달한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만 개의 수출 제조업체가 밀집해 있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 성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하는 기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저우(廣州) 시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천신숴 씨는 "LED, 트랜지스터, 반도체 제품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데, 이번 관세 부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미와 중동 등으로 수출시장을 빨리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둥 성의 한 민간 연구기관 부소장을 맡는 펑펑 씨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광둥 성의 경제성장률은 1%가량 하락할 것"이라며 "중국 전자제품 생산의 중심지인 선전 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관세 부과를 피하고자 미국으로 수출하기 전에 제3국을 경유하는 편법을 쓰거나, 아예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격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어폰이 내장된 선글라스 제품을 생산하는 항저우(杭州) 기업인 '뮤직렌즈'의 류준이 대표는 "우리 회사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25% 관세가 부과되면 그만큼 가격을 올려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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