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무역전쟁 반대·다변주의 강화"에도 美 협공체제엔 실패

입력 2018-06-26 10:49  

中·EU "무역전쟁 반대·다변주의 강화"에도 美 협공체제엔 실패
EU "어느 한편 줄서지 않겠다…中 불공정무역 행태가 일부 원인 제공"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진 중국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에 공동으로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도 공조체제를 갖춰 미국을 협공하는 선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26일 중신망 등에 따르면 중국과 EU는 전날 베이징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유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고위급 경제대화를 열어 "규칙에 기반한 국제무역 체계를 유지해나가자"는데 동의했다.
류 부총리는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EU 양측은 일방주의와 보호 무역주의에 결연히 반대하고 이런 조치가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충격과 쇠퇴적 영향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회의를 마친 카타이넨 부위원장과 만나 "중국은 EU와 협력을 강화해 공동으로 다변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고 무역 투자의 자유화, 편리화를 촉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EU는 이번 대화에서 '다변주의 무역체제'의 유지에 주안점을 뒀다. 미국 중심의 일방적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3개 이상의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국제 경제현안에 대처하자는 의미다.
하지만 양측은 미국을 상대로 한 연대 논의에도 시장 진입 완화 등 양자간 문제에서는 별달리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회담후 주중 EU대사관에서 가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EU는 어느 한쪽을 지지해 줄서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유일하게 지지하는 것은 규칙을 기반으로 한 무역체계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무역 현안에서 중국과 여전히 심각한 이견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 진입, 생산과잉 등 문제에 대한 EU의 입장은 미국과 더 가깝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원칙, 규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이런 노선을 걷게 된 데에는 중국시장의 강제적 기술이전과 산업보조 정책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또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서도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하이테크 산업을 대규모 지원, 보조하고 있는데 이는 외국기업을 심각한 차별대우와 불공정경쟁에 노출시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류 부총리도 카타이넨 부위원장의 이런 주장에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수출 통제나 기업인수 심사를 완화해야 한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EU가 이번 중국과의 경제대화에서 WTO 체제 개혁의 동의를 이끌어낸 점은 성과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WTO 기제에는 중국이 야기한 불공정 무역문제를 해결할 유효한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 측과 WTO 현대화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실무기구 설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류 부총리도 "양측이 시대의 보조에 맞춰 다변 무역체제를 개혁하고 세계 경제질서를 완비하기로 했다"고 했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의 WTO 개혁안에는 정부의 산업보조 정책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보조 중단이나 감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분야다.
전문가들도 EU가 구상하는 WTO 체제 개혁에 '기술 굴기(堀起)'에 나선 중국이 참여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과 EU 양측은 또 그간 양자투자협정(BIT) 협상에서 얻은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30차 중국·유럽 정상회의 기간에 BIT 목록을 교환하기로 했다. 정상회의는 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린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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