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월드컵 독일전, 후회 없이 뛰고 모두 즐기자

입력 2018-06-26 17:02  

[연합시론] 월드컵 독일전, 후회 없이 뛰고 모두 즐기자

(서울=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예선 최종전이 27일 열린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 1위인 독일이다. 객관적 전력은 열세다. 2패로 예선 탈락 위기에 놓인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려면 독일을 두 골 차로 이기고, 멕시코-스웨덴 경기에서 멕시코가 승리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미국의 통계분석업체가 우리의 16강 진출 확률을 1% 미만으로 예측했지만, 지레 포기할 수는 없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부여잡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스포츠 정신이다. 선수들은 후회 없이 뛰고, 국민은 열정적 응원으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대표팀의 16강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되짚어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스포츠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결과 지향적이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경기 승패에 따라 선수들은 웃고 울고 또 팬들은 환호하고 비판한다. 승리를 위해 주어진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고, 상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세웠느냐 여부의 평가는 결국 결과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월드컵 성적을 바탕으로 대한축구협회와 지도자들은 우리 축구의 현주소를 냉정히 점검해야 한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1무 2패, 4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자 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노력"을 다짐했지만, 이후 한국 축구가 무엇이 쇄신됐고 얼마나 성장했느냐는 물음에 답변은 부정적이다.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박지성 해설위원이 멕시코전 패배 후 "오늘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오늘의 결과가 대한민국 축구의 현실이다. 이제 한국 축구는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인프라와 노력을 점검해보고, 시스템부터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4년 후에도 이러한 패배는 거듭될 것"이라고 한 말을 축구 행정가와 지도자들은 곱씹어야 한다. 축구계에 과감한 수술이나 개혁도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월드컵 때마다 투혼만을 강조하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선수들에게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최선을 다해 뛰었음에도 패배했다고 해서 손흥민 선수가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월드컵 때만 되면 "전 국민이 대표팀 감독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 관심은 뜨겁다. 팬들의 사랑은 축구 발전의 밑거름이다. 하지만 열정이 지나쳐 실수를 범한 선수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는 곤란하다. 감독의 전술 실패나 선수의 실책에는 질책이 따라야 하지만, 패배의 책임을 특정 선수의 탓으로만 돌려 '마녀사냥'식으로 비난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축구는 FIFA 순위 57위이고, 선수들 연봉 총액은 월드컵 출전국 중 23위다. 객관적 수치로만 따진다면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성공하면 대단히 축하할 일이지만 실패했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독일전에서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후회 없이 기량을 펼치고, 팬들은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며 월드컵 축제를 즐기도록 하자. 사상 처음 월드컵에 출전한 파나마는 예선전에서 잉글랜드에 6대1로 대패했지만, 첫 골 기록에 온 국민이 환호했다. 인구 34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1대1로 비기는 이변을 연출, 온 나라를 하나로 만들고 세계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포츠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지만, 승패 그 이상의 감동이 결과를 압도할 때도 있다. 독일전에서도 그런 감동을 기대하며 목청껏 응원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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