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 사리장엄구 등 13건은 보물 지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2년 조선 개국에 공을 세운 이제(?∼1398)에게 내린 공신 증명서인 공신교서(功臣敎書)가 국보 제324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는 '이제 개국공신교서'를 국보로 승격하고, 익산 미륵사지 서탑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를 비롯한 문화재 13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제는 조선 태조와 신덕왕후 강씨 사이에서 태어난 경순궁주와 결혼했고,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해 일등공신이 됐다.
공신교서는 왕이 직접 하사한 문서로, 조선시대에 공신에 관한 사무를 맡은 공신도감이 국왕 명령으로 발급한 녹권(錄券)보다 격이 높다.
1370년 명나라가 고려에 내린 어보인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 찍힌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조선이 처음으로 내린 공신교서이자 유일하게 실물이 존재하는 개국공신교서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선 개국공신녹권 중 '이화 개국공신녹권'은 국보 제232호이고, 왕을 수종한 인물에게 준 개국원종공신녹권 가운데는 7건이 국보와 보물이다.
최근 보수를 마친 모습이 공개된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心柱石) 사리공(舍利孔, 사리를 넣으려고 마련한 구멍)과 기단부에서 2009년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뒤늦게 보물이 됐다.
향후 국보 승격이 확실시되는 미륵사지 서탑 사리장엄구는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 딸인 백제 왕후가 재물을 시주해 미륵사를 창건하고 기해년(己亥年, 639)에 사리를 봉안했다는 기록이 있는 금제사리봉영기와 금동사리외호, 금제사리내호, 구슬과 공양품을 담은 청동그릇으로 구성됐다.
미륵사지 서탑 사리장엄구는 백제 왕실이 발원해 고급 재료와 최고 금속공예 기술로 제작했고, 봉안 당시 모습이 잘 보존돼 고대 동아시아 사리장엄 연구에 기준이 되는 자료다.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소장가에게 기증받아 국립광주박물관이 소장한 '분청사기 상감 경태 5년명 이선제 묘지'도 보물이 됐다.
이 유물은 조선 세종대 집현전 학사를 지낸 이선제(1390∼1453)가 세상을 떠난 뒤 1454년(중국 연호 경태 5년) 그의 생애를 적어 무덤에 넣은 기록물로, 사각형이 아닌 위패 형태로 제작한 점이 특징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품들인 '김정희 필 서원교필결후', '김정희 필 난맹첩', '이정 필 삼청첩', '이징 필 산수화조도첩', '심사정 필 촉잔도권', '김득신 필 풍속도 화첩'도 보물 제1982∼1987호로 지정됐다.
이로써 문화재청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2016년 10월 문화재 보존과 관리·조사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보물로 지정된 간송재단 유물은 22건으로 늘었다.
이정 필 삼청첩은 조선 묵죽화(墨竹畵·수묵을 사용한 대나무 그림) 대가인 탄은(灘隱) 이정(1554∼1626)이 감색 비단에 금니(金泥·금물)로 그린 그림이고, 촉잔도권은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촉(蜀)으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표현한 시 '촉도난(蜀道難)'을 소재로 그린 대형 회화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간송재단 유물은 대구미술관에서 9월 16일까지 열리는 '조선회화 명품전'에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삼성문화재단에 있는 '감지은니범망경보살계품'과 '송조표전총류 권6∼11', 원광대 박물관이 보유한 18세기 불화 '대곡사명 감로왕도'와 1580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호림박물관 '지장시왕도', 국립전주박물관 '이숙기 좌리공신교서'도 보물이 됐다.
감지은니범망경보살계품은 14∼15세기 활동한 승려 대연이 만든 책으로, 수행자가 갖춰야 할 마음자세와 덕목을 담은 경전이다. 송조표전총류는 왕실 의례에서 임금이나 왕후에게 올리는 글인 표문(表文)과 전문(箋文)을 작성할 때 참고하기 위해 송나라 표전 중 일부를 모아 편찬한 책이다.
이숙기 좌리공신교서는 이숙기(1429∼1489)가 성종 즉위를 보좌한 공로를 인정받아 1471년 4등 순성좌리공신에 책봉되고 이듬해 받은 공신증서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