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中기업 대미 투자제한 완화 시사…이대로면 므누신·커들로 승리"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제한은 중국만 겨냥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첨단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는 30일 발표되는 새 조치는 중국을 '표적'으로 하는게 아니며,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려는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로부터 투자제한 대상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단지 중국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의 전날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제한의 범위를 놓고 미 정부 안에서 혼선이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므누신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고 풀이했다.
대중 '협상파'로 분류되는 므누신 장관과 달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국을 제어하는데 더 강경한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그것을 훔친다"고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이어 "우리는 그 기술을 보호해야만 한다"면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통해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FIUS는 외국인투자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심사해 정부에 찬반 의견을 건의하는 기구로 17개 미 정부부처로 이뤄져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새 추가 대책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CFIUS를 중심축으로 활용해 대미 투자제한을 실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CFIUS에 의존하겠다는 이런 입장이 유지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를 강력히 제한하겠다는 기존의 태도에서 물러선 것이 된다고 전했다.
이미 미 상원에서는 CFIUS의 심사권한을 확장·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고 하원에서도 이날 비슷한 법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를 주도한 의원들은 CFIUS 법개정으로 충분하고, 별도의 투자제한 조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이란, 북한 제재에 활용됐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하거나, CFIUS 외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강공책을 들고나올 것으로 관측해왔다.
최근에는 중국계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은 미국 정보기술 기업에 투자를 불허하는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WSJ은 CFIUS가 '사령부'가 된다면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가라앉기 바라는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완승한 것이며, 대중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나바로 국장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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