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며느리'·'판결의 온도'·'할머니네 똥강아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좀 더 가볍게, 좀 더 대중의 이슈와 가깝게.
시사교양 프로그램 본연의 무게를 덜고 예능처럼 웃음을 더하는 MBC의 실험이 시작부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MBC가 정상화 돛을 올리면서 파일럿으로 선보인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총 3편,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판결의 온도', '할머니네 똥강아지'이다. 그리고 최근 3편이 모두 정규 편성되는 데 성공했다.
◇ 고부갈등의 공론화…'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파일럿 방송 당시 5%대(닐슨코리아)라는 안정적인 시청률뿐만 아니라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보다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문제작'으로까지 불렸다.
이 프로그램은 신혼인 초보 며느리 민지영, 결혼 5년 차에 둘째를 임신한 만삭 며느리 박세미, 결혼 4년 차 워킹맘 김단빈을 통해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며느리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가족 내 권력관계 불균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큰 반향을 끌어냈다.
고부갈등을 소재로 하다 보니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여성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 이입을 넘어 몰입하기가 쉽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여기에 유머가 담긴 자막, 함께 호응하는 패널 등 예능 요소가 더해지면서 너무 무겁게만 보이지 않도록, 숨 쉴 공간도 확보해놨다.
정규 방송에서는 민지영, 박세미와 새로운 며느리가 합류하고 책 '며느리 사표'로 많은 독자를 확보한 김영주 작가가 MC 군단에서 함께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정성후 프로듀서는 28일 "며느리 개인 차원에서 참고 감내하던 문제가 사회적으로 치열하게 공론화한 듯하다"며 "당장은 불편해하는 입장도 있겠지만 결국은 우리가 모두 행복한 방향으로 가리라 생각한다.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 사법부를 향한 불신의 공론화…'판결의 온도'
'사법부를 향한 돌직구 토크쇼'를 지향하는 '판결의 온도' 역시 정규 편성돼 지난 22일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법부의 정식 재판을 통해 나온 판결 중 주권자가 봤을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이슈들을 선정해 그 배경과 법리를 논쟁하는 포맷이다.
정규 방송 첫 회부터 고(故) 신해철 의료사고 주제로 선정, 의료사고 전말과 승소율이 1%에 불과한 의료소송 세계를 신랄하게 파헤치며 시청자의 관심이 쏠렸다. 패널 역시 파일럿 때부터 활약한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국내 여성 프로파일러 1호인 이수정 교수, 임현주 아나운서 등으로 구성돼 화제가 됐다.
'판결의 온도'는 이렇듯 화제성을 잡으며 정규 편성에 성공했지만, '판결' 자체가 워낙 무게감 있는 소재이기에 사회적인 의미와 더불어 어떻게 재미도 잡을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규 1회 시청률은 2.4%였다.
김신완 CP는 "최근 사법 농단 등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는데, 그것을 공론화하고 싶었다"며 "특히 젊은 층은 공정성에 대해 예민한데, 공정성을 상징하는 법원이 흔들리는 데 문제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문제는 어려운 법의 언어로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이슈를 고를지, 정보량을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이 많다"며 "주진우, 이진우 두 사람이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언어를 구사해 큰 역할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 조손 관계 관찰로 되새기는 가족애…'할머니네 똥강아지'
최근 정식으로 부부가 된 개그맨 김국진-가수 강수지가 MC를 맡아 눈길을 끈 '할머니네 똥강아지'도 '절찬 상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령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로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조부모와 손주 관계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최고 50년 나이 차이로 사고방식부터 라이프 스타일까지 달라 알콩달콩한 해프닝과 조손 간 애틋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손녀와 함께라면 복잡한 명동거리 투어도 즐겁게 하는 여든한 살 배우 김영옥과, 유명 아역배우이지만 집에서는 한없이 아이 같은 아홉 살 이로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청률 역시 3%대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임남희 CP는 "가족애의 공감, 진정성을 추구하는 교양프로그램의 덕목과 관찰기법 촬영, 셀럽(셀리브리티) 출연자의 화제성이 결합해 흡인력을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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