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서 특별강연
(제주=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27일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과열로 전 세계 교역량이 약 3분의 2가량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특별강연에서 "(무역전쟁은) 70년에 걸쳐 형성된 개방된 무역질서 체제를 와해시킨다"며 "낮은 관세율이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역사적으로 보면 관세가 최대 40%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략 계산해 보면 이로 인해 세계 교역량이 (지금보다) 3분의 2 정도 감소하고, 약 195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무역거래에는 늘 패자가 있기 마련"이라며 "단지 일부 '패자'들을 위해 무역전쟁을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전날 미국 유명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 데이비드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관세를 피해 미국 내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폭풍이 몰아치게 되면 이는 시초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서만 500만∼700만 명이 일자리를 새로 찾아야 하는 등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으며 맞보복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 무역체제 앞으로 5∼10년 안에 상당히 다른 모습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세계 경제의 '악당'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이며, 선진국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국제 규범을 악용한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국가들과는 규범을 잘 지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거듭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들이 (무역전쟁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며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15∼20% 정도의 수출입 감소 등이 예상돼 파장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한국의 경우 그 수치가 두 배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발 무역전쟁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자체 무역체제를 갖추고 있는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 내 연대 및 무역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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