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외삼촌·이모에 총격…홍콩 안전한 도시 자부하다 '충격'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6일 오후 홍콩의 주택가 공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피해자 2명이 사망했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은 가족 간 유산분쟁으로 추정된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동방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무렵 주택가인 타이쿠싱 지역에 있는 쿼리베이 공원에서 44세 홍콩인 여성이 공원에 있던 노인 4명을 총으로 쐈다.
이들 노인 4명은 남매지간이고, 총을 쏜 여성은 이들 남매의 조카였다. 이들은 쿼리베이 공원에서 만나기로 미리 약속해 현장에 나왔다.
남매 노인 중 맏누이(80)는 머리 앞부분에, 다른 남자 형제(62)는 머리 뒷부분에 총을 맞았다. 다른 남자 형제(72)와 막내 누이(60)는 각각 어깨와 손에 총상을 입었다.
이들은 즉각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맏누이는 전날 저녁 사망했고, 머리 뒷부분에 총상을 입은 남자형제도 이날 오후 사망했다.
범행을 저지른 여성은 공원 인근 쇼핑몰에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체포될 당시 이 여성은 침착한 상태였으며, 정신질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 여성이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이탈리아제 베레타 950 반자동 권총으로, 당국의 구매허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아파트에서는 모형 총으로 추정되는 총기 3정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 여성이 권총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구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여성은 홍콩의 한 경호회사에서 일하는 경호원으로, 페이스북에 호신술 시범을 보이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사가 고객들을 위한 '실탄 사격 체험 행사'를 제공했던 점에 비춰 이 회사에서 총기와 실탄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범행 동기는 가족 간 유산분쟁으로 추정된다.
그의 외할머니가 남긴 아파트 등의 유산을 놓고 외삼촌, 이모 등과 분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외할머니가 남긴 아파트는 쿼리베이 지역에 있는 516제곱피트(약 14평) 규모의 아파트로, 시가는 800만 홍콩달러(약 11억원)가량이다.
이 여성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의 모친이 외할머니의 유산 분배로 인해 형제자매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으며, 그로 인해 모친의 병이 위중해졌다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외삼촌, 이모 등에 대한 살의를 담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로 여겨지는 홍콩에서 주택가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사건이 발생한 타이쿠싱 지역은 홍콩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 지역으로, 한국인 주재원 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주재원 김 모 씨는 "홍콩을 안전한 도시로만 여겼는데, 이러한 일이 일어나다니 놀랍기만 하다"며 "특히 사건이 발생한 공원이 지금 사는 아파트 바로 옆이어서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마지막 총격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15년이다.
당시 한 무장 강도가 유명 관광지인 침사추이 지역의 한 시계방에 침입해 점원을 쏘고 총 70만 달러(약 7억8천만 원)어치의 '파텍 필립' 고급 시계 9점을 빼앗아 달아났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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