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숍·흡연실까지 갖춰…일부 상품 가격은 온라인몰과 격차 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지하 1∼2층에 자리 잡은 삐에로 쑈핑을 찾았다.
삐에로 쑈핑은 '재밌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콘셉트로 한 이마트표 만물잡화 전문점이다.
개점을 하루 앞둔 삐에로 쑈핑은 막바지 오픈 준비를 하는 직원들과 현장을 둘러보는 기자단으로 북적북적한 분위기였다.
지하 1층 매장을 들어선 순간 빽빽한 상품진열이 눈에 들어왔다.
화장품 판매대의 경우 한사람이 들어가면 옆에 다른 사람이 서기 답답할 정도로 좁은 공간 구성이었다.
4만여 가지 품목을 진열하기 위해 상당수 진열대를 0.9m 간격으로 촘촘하게 배치했다고 이마트 관계자가 설명했다.
상품 카테고리를 설명하는 표지판의 글씨도 형광색에 각양각색이어서 세련됐다기보다는 이마트의 설명대로 'B급' 감성을 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 구성과 분위기가 일본 잡화 전문점 돈키호테 매장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893㎡(270평) 규모 지하 1층 매장은 식품, 건강용품, 화장품, 명품 잡화, 캐릭터 용품 등으로 구성됐다.
명품 잡화 코너에는 프라다, 생로랑, 발렌티노, 펜디, 보테가베네타 등 병행수입 명품 브랜드의 가방, 지갑 등이 진열됐다.
매장 직원이 입은 유니폼 뒷면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익살스러운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매장 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2층 매장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 매장은 1층 매장의 2배 가까운 크기(1천620㎡, 490평)였다.
신선·가공식품, 주방용품, 청소용품, 공구, 자동차용품, 인테리어 용품, 애견용품, 가전 등이 들어서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한정된 공간에 밀집돼 있다 보니 쇼핑을 하는 과정 자체가 이마트가 의도한 대로 '보물찾기'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는 보통 어떤 물건을 사겠다는 목적성을 갖고 방문한다면 삐에로 쑈핑은 재미 삼아 매장을 구경하며 '득템'(아이템 획득)하는 것이 주목적이 될 것 같았다.
삐에로 쑈핑 코엑스몰 매장을 운영하는 송명진 점장은 "전체 상품 구성에서 이마트와의 중복률은 35% 미만이고, 식품은 50% 정도 된다"며 "대형마트가 식품 위주라면, 삐에로 쑈핑은 비식품 잡화가 위주인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잡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다이소를 떠올리게 하지만, 삐에로 쑈핑은 명품이나 화장품, 주류 등 차별화된 상품 구색을 갖췄다는 것이 이마트의 설명이다.
코스프레 의상 판매대와 성인 인증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성인숍도 눈에 들어왔다.
담배용품 판매대 옆에는 흡연실이 있었다. 지하철 객실 모습을 본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배 연기가 매장 내로 들어올 수 있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의에 이마트 관계자는 "전실(흡연실과 매장 사이 공간)을 만들어서 최대한 차단코자 했다"고 말했다.
'미친 가격'을 내세운 만큼 매장 곳곳에는 '스팟(SPOT) 상품', '급소 가격', '갑of값' 같은 특가 상품 판매대가 배치돼 있었다.
그러나 일부 상품의 경우 온라인몰보다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진열된 가전제품 가운데 '네이버 AI(인공지능) 스피커'는 매장 가격이 9만9천원이었는데, 기자의 휴대전화 앱에 깔린 타사 온라인몰의 동일 상품과 비교했을 때 2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생활용품 중 '페리오 펌핑 치약'은 삐에로 쑈핑 매장 가격과 타사 온라인몰 가격이 각각 8천900원, 4천180원으로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삐에로 쑈핑 매장 안에 초특가 상품이 다수 있지만, 땡처리 매장이 아니므로 모든 제품이 가장 저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삐에로 쑈핑 2, 3호점을 각각 열 계획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주력 사업이던 신세계그룹은 아웃렛, 복합쇼핑몰, 편의점, 면세점, 전문점 등으로 유통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또 다른 유통 실험 중 하나인 삐에로 쑈핑이 성공하기 위해선 애초에 내세운 콘셉트대로 새롭고 신기한 상품 구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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