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인권위 인적쇄신', '좌파단체 지원배제' 등 방안 제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이른바 '좌파세력 무력화' 방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정치에 개입하고 시민단체 등을 사찰한 정황이 경찰 자체 진상조사에서 일부 확인됐다.
27일 경찰청 진상조사팀에 따르면 경찰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며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일을 두고 '좌편향 인권위에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인권위 사무처에서 좌파 성향 직원들을 감축하고, 후임 인권위원 인선 때 이념적 편향이 있는 이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우병 촛불집회와 4대강 반대 등 현안을 계기로 온·오프라인에서 좌파세력이 결집하니 부처별로 여론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우파단체와 탈북자, 누리꾼 등을 여론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대책도 보고됐다.
시민단체에 대한 각종 보조금 지원 실태를 재점검해 좌파 성향 단체는 철저히 배제하고, 보수단체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 문성근의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운동 등 '범좌파세력' 최근 동향과 견제 방안을 담은 보고서도 작성됐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이념 편향 행보'를 견제할 방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기 위한 대책 등도 '현안 참고자료'라는 표지와 함께 보고서로 작성돼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개설해 활동한다는 동향 보고서, 진보진영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파악 등 정치사찰로 보일 소지가 있는 보고서도 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경찰은 집회·시위 등 상황정보와 더불어 청와대 등의 지시를 받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집하는 정책정보 활동도 함께 수행한다.
진상조사팀은 문제가 된 보고서들이 통상적 정책정보 수준을 넘은 정치개입과 불법 사찰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앞서 경찰은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영포빌딩 지하 2층 다스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하던 중 경찰의 정치개입·불법사찰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로 논란이 일자 지난 3월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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