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 감독 "'마녀'는 시리즈…끝까지 갈 생각"

입력 2018-06-27 16:08  

박훈정 감독 "'마녀'는 시리즈…끝까지 갈 생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저는 시리즈물에 대한 애착이 계속 있었어요. 제가 만든 캐릭터라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깝더라고요."
영화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감독으로 데뷔, '신세계'를 히트시킨 박훈정 감독이 신작 '마녀'로 돌아왔다.
'마녀'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충무로에는 박 감독이 대작을 숨겨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 주인공이 바로 '마녀'다.
27일 개봉한 '마녀'는 본편 프롤로그에 해당한다. 항간에는 '마녀 3부작'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박 감독은 시리즈물로 기획했을 뿐 몇 부작으로 끝내겠다고 정해두진 않았다고 한다.
이날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 감독은 "마녀 이야기로 끝까지 가볼 생각"이라며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측에도 시리즈이자 프랜차이즈로 가겠다고 이야기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작은 주인공을 소개하고 본편의 예고편을 맛보이는 정도에서 마무리된다. 박 감독은 "딱 본편의 시작 전까지. 프롤로그에서 끝났다"고 표현했다.
박 감독은 엔딩 장면에 본편 실마리를 심어놓았다. 얼핏 보면 해석 여지가 다분한 열린 결말처럼도 보이지만 엔딩 장면에 녹아든 박 감독 의도는 명확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인물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려고 그 인물이 아이들 자료를 보고 죽은 아이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을 넣었어요. 하지만 직접 설명을 듣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겠죠."
박 감독은 '영업비밀'이라며 본편 내용을 조심스럽게 소개했다. 본편은 주인공 '자윤'(김다미 분)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을 괴물로 만든 회사와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다음 작 부제는 '충돌'로 잡았다.
"자윤은 자기 뿌리를 찾아가면서 회사의 목을 죄어가겠죠. 이번 작에서도 은연중에 나오지만 회사 내에도 알력이 있고 양쪽이 보유한 능력자들이 등장할 겁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작에서 상대한 아이보다는 업그레이드한 상대가 나오겠죠."



성공한 시리즈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대표적이다. 박 감독은 이번 작을 '마녀라는 세계관의 문을 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리즈물은 필연적으로 전작의 흥행성적이 뒷받침 될 때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시리즈물은 연출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분명 시리즈물에 대한 부담은 있어요. 이 작품은 무엇보다 '마녀'라는 시리즈의 성공적인 론칭이 목표였죠. 사실 촬영장에서는 그런 걸 다 잊어버리고 찍는데 숙소에 가면 다시 부담감이 느껴져요. 또 개봉하기 직전에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죠."
시리즈로 끌고 가는 대작임에도 인지도 있는 배우가 아닌 오디션을 통해 새 얼굴을 발굴한 까닭은 "자윤에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자윤이라는 캐릭터가 거의 전부라서 저는 캐스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윤과 매칭이 되는 배우를 못 떠올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디션으로 갔고 엄청나게 고생했죠."
박 감독은 몇 달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지만 '자윤'역에 딱 떨어지는 배우를 찾지 못해 프로젝트를 연기할 생각조차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디션 막판에 김다미를 발견했고 보자마자 '자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건 자윤이다. 이 친구라면 되겠다' 싶었어요. 어렴풋이 떠올린 자윤의 이미지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막판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죠."
'마녀'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박 감독은 성선설과 성악설에 심취해 있었다. 마녀는 성악설에 바탕을 두고 썼다고 한다.
"저는 사람이 악하게 태어난다는 말을 믿는 편이에요. 선하게 태어나면 법이나 윤리교육도 필요 없겠죠. 영화에도 그런 생각이 녹아있어요. 자윤은 악하게 태어났는데 10년간 본능을 누르고 살았잖아요. 스스로 제어해야 하는 걸 알았던 거죠."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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