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반대자 몰려…인구 7천의 조용한 대학도시 '시끌'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의 방문 이후 인구 7천명의 작은 도시가 소란스러워졌다.
지난 22일 샌더스 대변인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았다가 '트럼프 정부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이후 버지니아주 렉싱턴시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레드 헨'(Red Hen) 앞은 몰려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자들로 북적였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식당이 저녁 영업을 준비하는 오후부터 항의자들이 주변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시간이 갈수록 인파가 모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 팻말과 남부연합기 등을 들고 오후부터 식당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남성 두 명은 식당 측에 '정중함'을 요구하러 온 것이라고 WP에 밝혔다.
한 남성은 "그들의 공산주의와 공무원 추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자"고 주장했고, 다른 남성은 자신을 '자경단원'으로 소개하며 "당신이 저녁 식사를 할지 말지를 정치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휴대용 확성기까지 들고 와 반(反) 동성애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레드헨'이라는 식당 이름을 빗댄 듯 "빨갱이의 닭을 먹지 말라", "신이시여 LGBT를 불태우소서" 등 과격한 구호도 흘러나왔다.
앞서 이 레스토랑의 주인 스테파니 윌킨슨씨가 WP와의 인터뷰에서 식당 종업원 중 몇 명이 동성애자이고, 샌더스 대변인이 성소수자의 군복무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한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던 점을 기억하고 공격한 것이다.
한 남성은 닭 분변을 들고 와 식당 앞 모퉁이에 던졌다가 경찰에 곧바로 체포됐다. 경찰은 더 많은 인력을 투입, 저지선을 만들고 인근 도로를 차단했다.
식당 지지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자들 면전에 "트럼프는 얼간이"라고 외친 후 사라진 남성도 있었고, 식당에 지지를 표하기 위해 약 2시간을 달려왔다는 부부도 있었다.
킴 페투스(55)씨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식당 주인의 '저항'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용한 대학도시인 렉싱턴이 학생들이 빠져나간 여름에 이토록 소란스러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WP는 전했다. 이 도시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등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던 곳이다.
이웃 주민들 반응은 다양하다.
오랫동안 렉싱턴에 살았다는 캐럴린 엘리엇(77)씨는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번 일이 일어지기 전까진 매우 조용한 동네였는데, 이렇게 안 좋은 일로 관심을 받게 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악기점을 운영하는 다이애나 스코필드씨는 "사람들은 정치 발언을 할 때는 정중함을 갖추는 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샌더스 사건'과 관련해선 "시민의 권리에 있어 현 정부는 정말로 선을 넘었다. 렉싱턴에 쏟아진 관심이 모두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식당을 둘러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대열에 가세하면서 더 증폭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트위터에 "레드헨 식당은 샌더스 같은 좋은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더러운 차양과 문, 창문(정말 페인트칠이 필요하다)을 청소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며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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