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원정 4차례에 일본투어 한차례 출전…"미래 위한 투자"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여왕'은 이정은(22)이었다
이정은은 지난해 4차례 우승으로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1위, 다승왕을 차지했고 투표로 뽑는 인기상과 베스트 플레이어 상까지 받아 6관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정은은 당연히 가장 강력한 상금왕 후보였다.
하지만 이정은은 이번 시즌 들어 아직 우승을 신고하지 못했고 28일 현재 상금랭킹 12위(1억8천801만원)로 뒤처져 있다.
상금왕과 대상 경쟁에서 이정은은 존재감이 없다.
작년 이맘때 한차례 우승과 4억505만원의 상금으로 상금랭킹 3위를 달렸던 양상과 딴판이다.
대상 포인트 역시 13위에 그쳐 상금왕과 대상 2연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정은이 상금과 대상 포인트 경쟁에서 이렇게 밀린 이유는 무엇보다 출전 경기 수가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정은이 이번 시즌에 뛴 경기는 7차례뿐이다. 이번 시즌에 열린 14개 대회 가운데 절반을 빠졌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 오지현(22)이 12개 대회를 뛰었다. 상금 5위 장하나(26)는 13개 대회를 치렀다. 이번 시즌에 열린 14개 대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선수도 수두룩하다.
준우승 한번과 3위 두 번이 말해주듯 이정은은 우승만 없을 뿐 성적이 나쁜 건 아니다. 이정은은 경기력의 잣대가 되는 평균타수에서는 1위(69.56타)를 달리고 있다.
이정은이 이번 시즌 K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대상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날 만큼 출장 경기가 적은 것은 해외 원정 탓이다.
이정은은 올해 이미 3차례 미국 원정을 다녀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US여자오픈, 그리고 롯데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또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살롱파스컵도 치렀다.
해외 원정이 4차례 뿐이지만 이정은은 해외 원정을 다녀올 때마다 국내 대회 2개를 쉬었다.
무리한 일정으로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으려는 조치다.
이러다 보니 이정은은 국내 대회 출장이 다른 선수의 절반에 그치게 됐다.
이정은은 오는 28일 개막하는 LPGA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PGA챔피언십에 출전하려고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과 맥콜·용평리조트오픈을 모두 건너 뛰었다 .
그렇다면 이정은은 KLPGA투어 상금왕과 대상 2연패를 젖혀놓고 이렇게 미국 원정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이정은이 내놓는 한결같은 대답은 "후회하지 않으려고"이다.
이정은의 설명은 이렇다.
"내게 LPGA투어 대회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작년 KLPGA투어 상금왕이나 세계랭킹 등으로 받은 기회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이 기회를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한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정은의 목표는 물론 언젠가는 LPGA투어에서 뛰는 것이다.
"과연 미국 무대에서 내가 통할지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다. 당장 미국 무대로 가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니다"라고 몸을 낮춘 이정은은 "그렇지만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정은은 사실 이번 시즌 들어 샷 감각이 썩 좋지는 않다. 아이언샷이 자꾸 왼쪽으로 당겨지는 현상이 경기 중에도 종종 나타나 어려움을 겪었다.
세 차례 미국 원정에서 공동16위(ANA인스퍼레이션, 롯데 챔피언십), 공동17위(US여자오픈) 등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이유다.
미국, 일본을 다녀오느라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팔이 아파 기권하기도 했다. 체력과 투지가 남다른 이정은이 기권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잃는 게 많지만, 이정은은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
오는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 9월 에비앙챔피언십에도 모두 나설 생각이다.
당장 어떤 성과를 내기보다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 출전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경기하다 보면 뭐라도 하나는 배운다. 난도 높은 코스에서 압박감 속에서 치른 경기를 끝내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을 좇는 대신 미래를 바라보는 이정은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볼 지 주목된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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