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단체·유명인사들 한 목소리로 촉구…징역 5년 감형
조혼·강제결혼·부부강간 이슈화…후세인 "법 공부해 피해자 조력"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자신을 성폭행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 위기에 처했던 수단의 19세 어린 신부가 국제사회의 적극적 연대에 힘입어 사형을 면하게 됐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지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단 항소법원은 계획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누라 후세인(19)의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5년으로 감형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위자료 1만8천700달러(한화 약 2천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후세인의 어머니는 BBC와 인터뷰에서 "딸의 목숨을 구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후세인 구명 운동을 진행해 온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도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엄청나게 환영할 뉴스'라고 밝혔다.
후세인은 자기 뜻과 무관하게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후세인이 결혼식 이후 남편의 접근을 막으며 저항하자 남편은 사촌들을 불러모아 후세인을 붙잡게 하고서 강제로 욕보였다.
후세인은 이튿날 자신을 또다시 강간하려던 남편을 흉기로 살해하고 친정으로 달아났다가 부모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뒤 지난달 법원에서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아온 조혼 문화는 물론, 부모에 의한 강제적인 결혼과 당사자 의사에 반한 부부 강간 등 민감한 이슈가 사건의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유엔 여성위원회와 아프리카 자문위원회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수단 정부에 전 세계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후세인의 생명을 살릴 것을 청원한다'고 말했다.
AI 등 복수의 국제 인권단체도 후세인에 대한 사형판결 재고를 촉구했다.
전 세계 유명인사들도 힘을 보탰다.
슈퍼모델인 나오미 캠벨과 배우 미라 소르비노와 엠마 왓슨 그리고 줄리아 길라드 전(前) 호주 총리도 온라인상에서 펼쳐진 '누라를 위한 정의'(#JusticeForNoura) 캠페인에 동참하며 감형 및 후세인 석방을 촉구했다.
후세인에 대한 사형판결 취소를 계기로 조혼을 허용하고 부부간 강간 범죄를 인정하지 않은 수단의 관련 법 개정 논란도 더 커질 전망이다.
당장 AI는 성명에서 "조혼을 가능하게 하고 부부간에는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수단의 결혼 관련 법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후세인도 지난달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만약 사면을 받는다면 법을 공부해 (조혼과 강제결혼, 부부 강간 등으로) 억압받는 다른 이들을 변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3월 발간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천200만 명의 여자 어린이(만 18세 미만)가 조혼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0년 동안 남아시아에서는 조혼 선호도가 50%에서 30%로 줄었으나 사하라 이남에서는 43%였던 여성 조혼 비율이 38%로 낮아지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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