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정 갈등 봉합은 했지만…민주노총 빠진 '반쪽짜리'

입력 2018-06-27 18:22  

최저임금 노·정 갈등 봉합은 했지만…민주노총 빠진 '반쪽짜리'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 선언…최저임금제 개선으로 방향 전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달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악으로 치닫던 노·정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정에 가구 생계비를 반영하는 것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은 노·사 간 의견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포함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불참 입장을 유지해 사회적 대화 복원도 당분간 불완전할 수밖에 없게 됐다.

◇ 한국노총,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방향 전환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이날 서명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은 오는 8월 5일이 기한인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가 끝나는 대로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 방향은 한국노총과 민주당이 합의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방안을 보면 알 수 있다.
양측은 우선 최저임금 결정에 가구 생계비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비혼·단신 노동자 생계비가 주로 반영되는데 가구 생계비가 반영되면 최저임금 수준도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동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경영계가 반대해온 사안이어서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합의에는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많은데 이를 방치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도 소용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 준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처벌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업주가 한 달 이상의 주기로 노동자에게 지급하던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기 위해 한 달 주기로 지급할 경우 노동자 의견청취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한 특례 조항의 오·남용을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취업규칙 특례에 해당하는 경우를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고 노동부의 근로감독을 강화해 오·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민주당은 곧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해마다 늘어나는데 이를 통상임금 산입범위와 맞추면 통상임금도 늘어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등의 기준이기 때문에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면 전반적인 임금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다.
최저임금과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맞추는 방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지난달 말 이를 추진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하며 개정 최저임금법 폐기를 요구해온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최저임금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절차는 일단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 저임금 노동자·소상공인 보호 강화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기대소득이 줄어드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보호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부 조사결과, 연봉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적용한 기대소득이 현행 최저임금체계상 기대소득보다 적은 사람은 최대 21만6천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취지가 상대적으로 고임금 노동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대소득이 줄어드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를 포함한 저소득층 지원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EITC는 일자리가 있어도 소득이 낮아 생활이 어려운 가구에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질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다.
상시 노동자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돼 노동자 보호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저임금의 지급 주체에 속하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방안도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합의에 포함됐다.
다수의 중소 사업자가 대기업에 단가 인상 요구 등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인하, 상가 임대차 계약 갱신 청구권 연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 사회적 대화 복원…민주노총 불참으로 '반쪽짜리'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 복귀하기로 함에 따라 노동계의 보이콧으로 한때 위기에 처했던 사회적 대화를 재개할 여건이 마련됐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뿐 아니라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복귀할 방침이다.
양극화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도 일단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진용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오는 29일 산하 의제별 위원회 사전 쟁점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과 사회적 대화 불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사회적 대화의 완전한 복원은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약 80만명으로, 한국노총(약 90만명)과 함께 양대 노총을 이룬다.
민주노총은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합의문 서명 직후 논평에서 "한국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복귀 결정에도 불구하고 산입범위 확대 제도 개악으로 그 의미가 퇴색된 최저임금위원회 불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합의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개악법의 핵심 내용인 '산입범위 확대와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제도 개선과 후속 조치도 기발표됐거나 마땅히 추진돼야 할 정책을 제시한 것이란 점에서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에는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주노총 지도부 간담회에서 노·사·정 회의 복귀의 공감대를 끌어냈고 민주노총은 같은 달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다. 양대 노총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동시 참석한 것은 8년 만이었다.
그러나 다시 한국노총만 사회적 대화에 복귀함에 따라 노·사·정 대화의 구도는 지난 1월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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