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보완·유지해야"

입력 2018-06-28 14:00   수정 2018-06-28 14:16

"공정위 담합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보완·유지해야"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 경쟁·절차법제 분과 논의 결과 발표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미래에 매길 가격 등 민감한 정보를 사업자들끼리 교환하면 이를 담합을 목적으로 한 '합의'로 추정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은 폐지하는 것보다는 의무고발요청제 확대 등을 통해 보완·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경쟁·절차법제 분과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민간전문가 중심의 특위를 구성해 지난 3월부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1980년 제정된 공정거래법은 이후 27차례나 개정됐지만 중복 조항이 있거나 4차 산업혁명 등 최근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위는 미래 가격 등 민감한 정보를 사업자끼리 교환하는 경우 그 행위로부터 사업자 간의 합의를 추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조항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럽연합(EU)처럼 '동조적 행위' 개념을 도입하는 안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동조적 행위는 비록 사업자들 간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경쟁의 위험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사업자 간의 상호 협력이나 조정행위를 뜻한다.
사업자 간의 가격 정보교환 행위는 일부 시장의 정상적인 경쟁을 제한하는 폐해를 낳고 있지만, 현행법상 규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도 담합 소송에서 사업자 간 합의의 입증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라면 담합' 사건처럼 정보교환을 근거로 한 소송에서 공정위가 패소하는 일이 잦다.
대법원은 2015년 12월 농심의 라면 담합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사업자 간 가격 인상 날짜 등 정보를 교환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 정황만으로 담합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위는 기업결합 등 실제로 집행되지 않는 형벌 조항은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불공정거래·사업자단체 금지 조항에서도 거래거절, 끼워팔기 등 경쟁제한성 위주로 법 위반을 판단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형벌 조항을 선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권에 대해서는 공동행위만으로 제재가 가능한 경성담합 등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 선별적으로 폐지하자는 의견보다 보완·유지 의견이 더 많이 제기됐다.
전속고발권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소극적 고발권 행사 우려를 반영해 의무고발요청제, 검찰과의 협업, 고발 관련 이의신청제 등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합 전속고발권을 선별 폐지하면 기소 여부를 검찰이 판단하게 돼 담합행위를 자수한 사업자의 제재를 공정위가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특위는 이런 지적에 대한 논의는 공정위와 검찰 간 협의에 맡기되 리니언시 정보를 검찰 수사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기준에 대해서는 '3사 이하 75%' 기준을 유지하되 3사 간 실질적인 경쟁이 없어 공동의 지배력만 인정되는 경우로 기준을 제한했다.
이 경우 1사 기준 50% 미만 회사에 대한 규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1사 추정 기준은 50%에서 40%로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공정위의 시장 구조 개선 기능과 관련해서는 시장구조 분석 대상이 되는 독과점 유지 기간 기준을 '장기간'에서 '상당기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의 시장 구조 개선 의견에 대해 관계 부처가 검토의견을 일정 기한 내 회신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나왔다.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돼 있는 처분 시효를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7년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안도 특위 개편안에 포함됐다.
현장 조사 때 조사 공문 교부 의무, 진술조서 작성 규정, 공정위의 처분과 관련된 자료에 대한 피심인의 열람·복사 요구 등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상임위원의 전원 상임화에 대해서는 심의 준비 시간 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위원회의 중립성 등을 감안해 심결보좌 인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맞섰다.
공정위는 다음 달 중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전면 개편안을 마무리 짓고 공정위 입장을 반영한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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